1.
어릴 때부터 책벌레라는 별명이 붙어다녔다. 초등 2학년때 변두리 학교로 전학가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서 한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다른 아이들이 한창 뛰어놀 때, 나는 혼자 교실에서 '학급문고'를 탐독했다. '삼총사', '철가면', '몽테크리스토 백작' 등이 지금도 생각나는 당시에 읽은 책들이다. 새학년에 올라가서 다시 새 친구를 사귀기 전까지 나는 늘 혼자였고, 늘 교실 한 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이 습관은 새 학년에 올라가서도 바뀌지 않았는데,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도 나는 많은 시간을 책 읽기에 쏟았다.
우리집엔 책이 많지 않았고, 있는 책들도 다 아버지 책 뿐이었는데,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읽기엔 너무 어려웠다. 내가 제일 부러웠던 것은 주위 친구들이 대부분 한 질씩은 갖고 있는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이었다. 집에서는 책을 읽을 수 없었지만 학교에선 학급문고를 통해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반 친구들이 세계문학전집에 들어있는 책들을 학급문고로 한 두권씩 내는 경우가 많아서 읽고 싶었던 책들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 전까지는 그다지 책을 열심히 읽거나 하지 않았는데, '전학'이라는 변화가 나를 책벌레로 만든 것 같다. 그리고 더 자라서 중고생이 되어서도 시간날때마다 책을 읽는 버릇은 변하지 않았다. 의외로 책을 많이 안 읽게 된 건 대학에 진학하고 난 뒤부터다. 지금도 사람들이 가끔 대학생들이 책을 많이 안 읽는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내 경우를 생각하면 전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나도 그때부터 책을 많이 안 읽기 시작했으니까.
2.
요즘 서점에 가면 소위 '실용서'라고 불리는 종류의 책들이 많이 팔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위에 출판에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들어보면 그런 류의 책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경쟁이 무척 치열하긴 하지만 그래도 '실용서' 밖에 안 팔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용서'만 만든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실용서'라는 종류의 책들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읽고 나서도 별로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이 부류의 책들은 쉽게 읽을 수 있기에 짧은 시간에 여러 책들을 읽을 수 있다. 읽는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수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 다 상식적인 수준의 얘기들이기 때문에 읽고 나서 남는 건 별로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즐겨 읽는 책은 문학이다. 주로 소설을 많이 읽었다. 최근에는 소설이 많이 팔리지 않고 팔리는 작가들만 팔려서 소비자로서 다양한 작품들을 읽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이제는 시나 소설을 쓰지 않고 소위 '에세이'로 불리는 가볍고 읽기 좋은 글들을 쓴다. 여기에 괜찮은 사진들을 엮어서 출간하는 게 요즘 추세인 것 같다.
괜찮은 작가의 글이라면 그런 '에세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많은 작가들이 너도나도 '에세이'류의 책들만 내는 것은 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 아닌가. 그렇다면 아무리 시장이 그렇게 형성되어서 책이 안팔리더라도, 아무리 출판사가 그런 류의 책들만 원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글을 써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에는 고전외에 세계의 다양한 문학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다양한 나라의 문학을 만날 수 있다. 반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은 인기있는 몇몇 작가들 외에는 만나기 힘들다.
3.
나는 사람들이 문학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교과서에 나오기 때문에 혹은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만 문학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식의 접근이 아니라 그냥 마음 편하게 문학을 접했으면 좋겠다. 그냥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 큰 힘이 되는 것은 문학이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훌륭한 작품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많다. 이런 책들을 읽어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사회를 보는 눈을 기르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책들을 많이 읽은, 흔히 말하듯이 '내공'이 많이 쌓인 사람들은 책을 읽어도, 글을 써도, 말을 한마디를 해도 뭔가 다르다고 느껴진다. 요즘 블로그가 많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중에는 쉽게 접하기 힘든 정보들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고, 발빠르게 새로운 소식들을 전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만의 색깔로 느낌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클릭해서 들어가서 몇 문장을 읽으보면 대충 이 사람의 '필력'이 느껴진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 하는 것도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이의 글을 보면서는 참 자신만의 느낌을 잘 전달하는 구나 느껴지고, 또 어떤이의 글을 보면서는 이 사람이 갖고 있는 소위 '내공'이라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대체로 훌륭한 책들을 많이 읽었을 확률이 높다.
4.
여기 티스토리 블로그는 내게 네번째 블로그이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활발하게 이용하지 않고 그냥 접었으니 사실상 두번째 블로그라고 해도 무방하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을때부터 사소한 일상의 얘기들을 적어가는 것과 이 사회에 대한 바른 목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책, 음악, 영화 등으로부터 받은 느낌들을 적어나가는 것 이 세가지를 해나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글을 쓰려고 했을 때, 의외로 내가 마음먹은 대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제대로 글을 쓴게 언제인가 돌이켜보니 중학교때 학교 백일장에서 아쉽게 수상을 놓친 이후로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 후에도 독서감상문이나 각종 레포트 등은 많이 썼고, 일하면서는 성명서 따위의 글도 많이 적어봤지만, 내가 원하는 글쓰기를 제대로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저 틀에 맞춘 가벼운 글들. 음식에 비유하자면 마치 '인스턴트 식품' 같은 글들만 써냈을 뿐. 내가 정말 원하는 글, 손맛을 담은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든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느끼지만 나도 아직 '내공'을 많이 쌓아햐 할 것 같다.
그나마 부족하지만 내 생각을 담아내면서 이만큼이나마 글들을 생산해내는 배경에는 어릴 때 읽었던 문학들이 크게 작용하는 듯 하다. 그때의 독서가 없었으면 지금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삶을 대하는 방식 등이 많이 달랐으리라. 하지만 지금도 나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이후에 책을 많이 안 읽었기 때문에 스스로 한계를 많이 느낀다. 글을 쓰다보면 가끔 스스로 원하는 어떤 감각이 부족함을 깨닫게 된다. '내공'이 딸린 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겠다고 절실히 느낀다. 요즘은 자라나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내가 더 많은 '내공'을 쌓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 아이에게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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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레이 2008/09/17 09:12
중간에 말씀하신거 언젠가 논술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거와 같아요.갑자기 생각나네요.그분 정말 멋진 분이셨는데 조중동 중 하나 해직기자로 학원에서 논술 가르치던 분인데 존경했거든요.
그분이 책을 많이 읽어놓으면 어디서든 어떤모습으로든 당당할 수 있고 든든하다고 하셨거든요.저도 사실 책을 좋아하지만 예전만큼 읽을 여유도 없고 읽어야지-만 마음만 반복하고있는데...이런 포스팅을 읽게되니 저도 불끈!해서는 읽으려 미뤄둔 책들을 좀 자주 들게 되겠어요.^^
아참.감은빛님이 올리시는 글보고도 포스팅에서 말씀하셨듯 눈치챘어요.책을 많이 읽으신 분이라고.^^-
감은빛 2008/09/17 19:05
최근에는 가볍고 읽기 쉬운 책들을 주로 찾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직장인들은 '자기계발''경제경영'이라는 분류가 붙은 실용서들만 잔뜩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제가 볼때는 그런 책들이 당장 도움이 되는 것 처럼 느껴져도 장기적으로 볼때는 오히려 시간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 말씀은 저에게 과한 칭찬이십니다! 저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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