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다시 서울로 들어와서 특별한(!) 시민이 되긴 했지만 그 전까지 대략 3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나는 경기도민이었다. 그렇지만 일터는 늘 경기도가 아닌 서울에 있었기에, 서울로 출퇴근을 해야 했다. 긴 시간을 지하철 속에 있다보니 뭔가 집중할 만한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원 지하철 속에서 사람들 틈에 꽉 끼어 있다보면 시선을 둘 곳도 마땅치 않고, 이런 저런 소음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도 한다. 시계나 노선표를 보다보면 왜이리 시간은 더디게만 가는지. 왜이렇게 전동차는 느리게만 움직이는지 따위의 불평만 하게 되고, 눈을 유혹하는 온갖 광고판들은 시선을 두기에는 너무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생각한 것이 책이다. 내 출퇴근 시간은 책을 읽어도 될만큼 충분히 길기 때문에 시간 보내기에 딱이었다. 하지만 아예 사람이 많으면 책을 펼쳐 들고 있을 여유 따위 있을 리가 없다. 그런 날에는 어쩔수 없긴 하다.

다시 책 얘기로 넘어와서, 지하철에서 읽을 책은 뭐든 별로 상관이 없지만, 너무 재밌는 책이나 웃기는 책은 자제 하는 게 좋다! 예전에 이시백선생님의 <890만번 주사위 던지기>를 읽다가 갑자기 터져나온 웃음을 참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XX놈 취급 당한 기억이 있다.

내 생각에 지하철에서 읽기 가장 좋은 책은 잡지다. 크기와 두께 그리고 각 글의 호흡이 짧아서 언제든 꺼내 읽기에 좋다! 일단 내가 읽는 잡지들을 기준으로 보면, <작은책>이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딱 좋다!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볍다! 다만 달마다 읽을거리의 편차가 조금 큰 편이라는게 흠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잡지 <녹색평론>도 지하철에서 주로 읽고 있다. 늘 읽을만한 내용들이 잔뜩 들어있어서 <녹색평론>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서는 날에는 발걸음마저 가벼워 진 느낌이다. <삶이 보이는 창> 역시 지하철에서 읽기에 딱 좋다! 글의 느낌이나 길이를 고려해봤을 때, 지하철에서 읽기에 이만한 잡지가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줄여서 <작아>)는 예전에 비해 크기가 커져서 갖고 다니기 조금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주간지보다는 작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오래전부터 작은 크기의 <작아>를 봐왔기 때문에 커진 판형의 <작아>가 무척이나 낯설었다. 그래서 유난히 크기에 민감한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작아>도 내 출퇴근길을 즐겁게 해주는 멋진 잡지임에 틀림없다! <창작과 비평>은 예전에는 열심히 들고 다니며 읽었는데, 최근에는 조금 시들해졌다. 일단 갖고 다니기 조금 무겁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읽기에는 글이 조금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점점 시간이 갈수록 <창비>는 내가 읽는 잡지 중에 가장 손이 안가는 잡지가 되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며칠 전에 내 손에 들어온 <g블로그>도 갖고 다니면서 읽기에 딱 좋다. 무려 인문 스트리트 매거진이란 부제가 붙었다. 멋진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어서 자주 방문하는 그린비 출판사에서 만들었다. 그리고 무료다!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보내준다고 한다.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었지만, 그린비 식구들 생각보다 센스 짱이다! 게다가 다들 왜이렇게 글을 재밌게 잘 쓰는 것인지! 마구 샘솟는 질투심을 억누르느라 혼났다!

이제 출근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지하철 안에서 잡지 읽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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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