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돌아왔다. 제다이가 돌아온 것도 아니고, 왕이 돌아온 것도 아니지만, 거창하게 제목을 써본다. 지난번에도 끄적거렸듯이(엄마 없는 하늘 아래) 지금까지 해마다 한번씩 다녀왔던 아내의 해외출장 중에서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 지금 나는 입안에 두 군데 잇몸이 헐고, 오른쪽 위 사랑니 있는 자리가 부어서 아프다! 그리고 피로를 이기지 못한 몸에 찬 바람이 불어닥쳐 결국 감기에도 걸려버렸다. 아이는 아이대로 코를 훌쩍이고 있다.

 

아내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긴 비행시간의 피로와 시차적응 때문에 일찍 잠들어 버려서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몇 가지 선물을 사왔는데, 아이에게는 약속했던(아빠 말 잘 듣고 지내면 사준다고) 쵸코렛을, 나에게는 '얼그레이' 홍차를 사왔다.

 

아이는 아내와 함께 있는 것 만으로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계속 생글생글 웃는 녀석. 작년에는 엄마가 없어도 엄마를 많이 찾지 않았는데, 나중에 엄마가 돌아온 뒤에는 아빠를 무시하고 엄마만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변함없이 아빠에게도 애교를 보여준다.

 

아, 그리고 지난 주에 경황이 없어서 미처 끄적이지 못했던 중대한 사건! 제브라 다니오 3마리가 2~3일 간격을 두고 차례대로 죽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물고기 한마리도 없는 텅빈 수조만 책상위에 올려져 있다. 아내도 돌아와서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애초에 4마리였던 제브라 다니오 중에 한 마리가 추석즈음에 죽었다. 그리고 새로 어항을 사고, 여과기와 산소기를 샀다. 그때 새 어항속에 넣고 보니 남은 3마리가 모두 아가미가 빨갛게 되어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검색해봤더니 병에 걸린 제브라 다니오는 아가미가 빨갛게 된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도 그때는 설마 싶었다. 처음에 죽은 녀석은 너무 좋지 않은 환경에 방치해두어서 그랬던 거라고, 이제 다른 녀석들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동안 아무일도 없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외국으로 떠나고 곧바로 한 녀석이 죽었다. 그리고 2~3일 간격으로 남은 두 녀석도 다 죽어버렸다. 무척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죽은 목숨은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다.

 

어제 아이가 빈 어항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아빠, 제브라 다니오가 다 죽어서 너무 슬퍼요!'라고 말했다. 나는 달리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해 가만히 안아주었다. 오늘은 아내가 빈 어항을 보다가 너무 허전하다고, 다시 뭔가를 사다 넣자고 한다. 글쎄, 좀 생각해보자고 답했다. 일단 이 분야에 너무 문외한이라서 또 새 생명을 죽이게 될까봐 그게 두렵다.

 

주인 잘못 만난 죄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제브라 다니오 4마리에게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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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