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쯤이었던 것 같은데, 트위터에서 교통신호체계가 바뀌어 혼란이 생겼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좌회전 후 직전이었던 신호를 어느날 갑자기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꿔버려서 운전자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관성적으로 기존 방식대로 좌회전을 하려는 차들과 바뀐 신호를 보고 진입하는 차들이 서로 뒤섞이게 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나도 운전할 때, 잘 아는 길은 신호를 다 외우고 있기 때문에 관성적으로 일정한 타이밍에 가속패달을 밟는다. 신호를 눈으로 보고는 있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내 머리속에 기억되어 있는 타이밍에 발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에 나도 똑같은 경우를 겪게 되었다. 우리 동네 신호등도 역시 좌회전 후 직진이었던 것이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뀌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나는 갑자기 직진신호가 끝난 후에 좌회전 신호가 켜져서 조금 당황했다. 왼쪽 방향에서 좌회전 차들이 진입하고, 그 신호가 끝나면 이제 내가 갈 차례라고 몸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내 신호가 먼저 떨어지다니.

 

그 짧은 순간 트위터에서 읽었던 그 글이 떠올랐고, 이걸 얘기했던 거구나 싶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나만 당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곧 밝혀졌다. 왼쪽방향에서 제일 앞에 있던 차가 나오려다가 멈춰섰고, 내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차는 신호가 들어왔음에도 출발하지 않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내 뒤에서 경적소리가 울렸다. 내 앞차가 급하게 출발해서 좌회전을 했다. 나도 따라서 돌았다. 그러나 신호가 워낙 짧아서 내 바로 뒷 차까지만 도는데 성공했다. 평소라면 예닐곱대의 차들이 진입할 수 있었을 텐데, 서로 당황한 나머지 결국 세 대 밖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생각해봤다. 왜 갑자기 신호체계를 바꾼 것일까? 좌회전 신호 후에 직진 신호는 내 기억이 맞다면 전국적으로 꽤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던 신호체계였다.(혹은 도로상황과 교통량에 따라 직진과 좌회전의 동시신호인 경우도 많고, 특이하게 좌회전 후 적색신호였다가 잠시 후 직진 신호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직진 후에 좌회전이 들어오는 경우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왜 갑자기 예고도 없이 이렇게 바꾼 것일까? 예고가 있었는데 내가 몰랐을 수도 있다. 나는 트위터로 일종의 예고를 접한 것으로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런데 어쨌든 교통신호를 바꾸는 것은 안전문제에 직결된 것이고 그냥 어느순간 갑자기 바꾸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트위터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우측보행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좌'라는 단어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의견을 냈다. 나 역시 얼마전부터 벌어진 이 우측보행 해프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측보행을 홍보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예산을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돈으로 뭔가 더 공공의 이익에 맞는 일을 할 수는 없었을까?

 

어제 아내가 지하철 역에서 불쾌한 일을 당했다고 한다. 약속 시간에 늦어 급하게 걸어가는데, 어느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개찰구 앞을 막아서고 종이컵을 내밀고 있더란다. 커피를 나눠주고 있었다는데, 아내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아내는 그 교회 사람들을 피해서 가고 싶었으나 한 사람이 커피가 든 종이컵을 내밀었고, 그 손을 피하다보니 옆 사람과 부딪히게 되었다. 그 옆 사람은 이미 종이컵을 받아든 채로, 지갑을 꺼내들고 몸을 돌리다가 아내와 부딪히게 되었고, 손에 든 커피가 쏟아져서 옷을 조금 적셨다고 한다.

 

알다시피 지하철역은 무척 혼잡한 장소이다. 그래서 지하철측에서도 공익요원들을 동원하여 노점상들을 단속하는 등 질서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점상 단속의 경우 수위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강도가 높다. 언젠가 어린 공익요원이 나이가 많고 힘도 없는 할머니에게 욕설과 폭력을 동원하여 쫓아내는 걸 보고 항의한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나에게까지 욕설과 폭력이 되돌아왔다. 그런데 노점상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용납하지 못하면서 개찰구 앞을 막아서는 사람들을 방관하는 이유는 뭘까?

 

과도한 방식으로 노점상을 단속하는 일과 교회 홍보를 위해 개찰구를 막아선 사람들을 방관하는 일. 과연 공공질서를 지키는 것 일까? 아무런 이유없이 많은 돈을 써가며 굳이 보행방향을 바꾸는 일과 예고없이 신호체계를 바꾸는 일은 과연 공공질서를 위한 일인가? 그들이 생각하는 공공질서란 것이 뭔지 궁금하다! 그저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로 모든 국민들이 따르기만 하면 그게 공공질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