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끄적임

그냥 2010.07.27 01:36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는 뭔가를 배설(?)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하루종일 일상에 지친 몸을 잠자리에 누이기 전에, 잠시 앉아서 그냥 그때 쓰고 싶은 뭔가를 끄적이고 잠들고 싶었다. 그런 끄적임을 일기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그냥 아무생각없이 끄적이거나 지껄이고 싶은 것이다. 일기라는 이름조차 과분한, 아무런 틀도 형식도 없이 말 그대로 그냥 끄적이는 것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블로그에 글을 쓸때는 자꾸만 잘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냥 쓰면 안될것 같고 뭔가 그럴듯한 말들을 쏟아내야 할것만 같다. 그러니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글을 쓰는 시간도 오래걸려서 왠만큼 여유가 없으면 시작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워졌다.

 

일상이 바쁘고 피곤해질수록 나는 블로그와 멀어졌다. 한동안 들어와보지도 않고 방치했다. 그러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들어와봤는데, 여전히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계속 놔두었다.

 

그동안 신상에 변화가 많이 생겼다. 새로운 일터에 나가게 되었고, 나를 꼭 빼닮은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는 지난 5년동안 혼자서 독차지했던 엄마와 아빠를 어느날 갑자기 둘째에게 빼앗겼다. 첫째가 무척 힘들어했다. 아내와 나는 갓난아이를 돌보면서, 갑자기 퇴행현상이 일어나 다시 아기가 되어버린 첫째까지 돌보느라 많이 힘들었다. 서로가 피곤하고 힘들다보니 작은 일에도 말다툼을 벌이게 되었고, 서로 감정을 상하는 일이 많아졌다.

 

요즘 주변에 아직 결혼 못한(혹은 안한) 사람들에게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그들은 나를 부럽다고 말하는데(실제로 부러운건지, 그냥 말로만 부럽다고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나는 오히려 그들이 부럽다.

 

아마 재작년이었던가, 어느 소설가 선배님이 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다. 가끔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처가에 가는 일이 있는데, 그 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다. 아내가 가고나면 곧바로 발가벗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맘껏 어지럽히고 지낸다고 한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그렇게 하고싶은 대로 지내다가 다시 아내가 돌아올 시간이 되면 옷을 입고 열심히 집안을 치워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아내가 아이들과 집을 비우는 날만을 고대하며 열심히 일상을 살아간다고 한다.

 

만약 지금 누가 나에게 결혼생활에 대해 묻는다면 그 선배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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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