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11 공공질서란 뭘까? (5)
  2. 2010.03.04 아이가 다쳤다. (8)

지난 주 쯤이었던 것 같은데, 트위터에서 교통신호체계가 바뀌어 혼란이 생겼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좌회전 후 직전이었던 신호를 어느날 갑자기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꿔버려서 운전자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관성적으로 기존 방식대로 좌회전을 하려는 차들과 바뀐 신호를 보고 진입하는 차들이 서로 뒤섞이게 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나도 운전할 때, 잘 아는 길은 신호를 다 외우고 있기 때문에 관성적으로 일정한 타이밍에 가속패달을 밟는다. 신호를 눈으로 보고는 있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내 머리속에 기억되어 있는 타이밍에 발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에 나도 똑같은 경우를 겪게 되었다. 우리 동네 신호등도 역시 좌회전 후 직진이었던 것이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뀌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나는 갑자기 직진신호가 끝난 후에 좌회전 신호가 켜져서 조금 당황했다. 왼쪽 방향에서 좌회전 차들이 진입하고, 그 신호가 끝나면 이제 내가 갈 차례라고 몸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내 신호가 먼저 떨어지다니.

 

그 짧은 순간 트위터에서 읽었던 그 글이 떠올랐고, 이걸 얘기했던 거구나 싶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나만 당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곧 밝혀졌다. 왼쪽방향에서 제일 앞에 있던 차가 나오려다가 멈춰섰고, 내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차는 신호가 들어왔음에도 출발하지 않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내 뒤에서 경적소리가 울렸다. 내 앞차가 급하게 출발해서 좌회전을 했다. 나도 따라서 돌았다. 그러나 신호가 워낙 짧아서 내 바로 뒷 차까지만 도는데 성공했다. 평소라면 예닐곱대의 차들이 진입할 수 있었을 텐데, 서로 당황한 나머지 결국 세 대 밖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생각해봤다. 왜 갑자기 신호체계를 바꾼 것일까? 좌회전 신호 후에 직진 신호는 내 기억이 맞다면 전국적으로 꽤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던 신호체계였다.(혹은 도로상황과 교통량에 따라 직진과 좌회전의 동시신호인 경우도 많고, 특이하게 좌회전 후 적색신호였다가 잠시 후 직진 신호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직진 후에 좌회전이 들어오는 경우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왜 갑자기 예고도 없이 이렇게 바꾼 것일까? 예고가 있었는데 내가 몰랐을 수도 있다. 나는 트위터로 일종의 예고를 접한 것으로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런데 어쨌든 교통신호를 바꾸는 것은 안전문제에 직결된 것이고 그냥 어느순간 갑자기 바꾸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트위터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우측보행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좌'라는 단어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의견을 냈다. 나 역시 얼마전부터 벌어진 이 우측보행 해프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측보행을 홍보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예산을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돈으로 뭔가 더 공공의 이익에 맞는 일을 할 수는 없었을까?

 

어제 아내가 지하철 역에서 불쾌한 일을 당했다고 한다. 약속 시간에 늦어 급하게 걸어가는데, 어느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개찰구 앞을 막아서고 종이컵을 내밀고 있더란다. 커피를 나눠주고 있었다는데, 아내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아내는 그 교회 사람들을 피해서 가고 싶었으나 한 사람이 커피가 든 종이컵을 내밀었고, 그 손을 피하다보니 옆 사람과 부딪히게 되었다. 그 옆 사람은 이미 종이컵을 받아든 채로, 지갑을 꺼내들고 몸을 돌리다가 아내와 부딪히게 되었고, 손에 든 커피가 쏟아져서 옷을 조금 적셨다고 한다.

 

알다시피 지하철역은 무척 혼잡한 장소이다. 그래서 지하철측에서도 공익요원들을 동원하여 노점상들을 단속하는 등 질서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점상 단속의 경우 수위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강도가 높다. 언젠가 어린 공익요원이 나이가 많고 힘도 없는 할머니에게 욕설과 폭력을 동원하여 쫓아내는 걸 보고 항의한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나에게까지 욕설과 폭력이 되돌아왔다. 그런데 노점상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용납하지 못하면서 개찰구 앞을 막아서는 사람들을 방관하는 이유는 뭘까?

 

과도한 방식으로 노점상을 단속하는 일과 교회 홍보를 위해 개찰구를 막아선 사람들을 방관하는 일. 과연 공공질서를 지키는 것 일까? 아무런 이유없이 많은 돈을 써가며 굳이 보행방향을 바꾸는 일과 예고없이 신호체계를 바꾸는 일은 과연 공공질서를 위한 일인가? 그들이 생각하는 공공질서란 것이 뭔지 궁금하다! 그저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로 모든 국민들이 따르기만 하면 그게 공공질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Posted by 감은빛

2월 중순쯤 어린이집에서 '작은 음악회'를 한다고 1월부터 아이에게 열심히 연습을 시켰다. 그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도 2월에 그런 행사를 했었다. 공식적인 제목은 기억안나지만, 암튼 소위 말하는 '재롱잔치'를 했던 것이다. 시민회관 중강당쯤 되는 제법 그럴듯한 장소에 번쩍이는 무대의상을 입은 조그만 아이들이 유행하는 대중음악에 맞춰 춤추는 행사였다. 아이가 그 큰 무대에서 열심히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지만, 그날만큼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냥 아이의 예쁜 모습을 눈에 고이 담아놓으려 노력했다.

 

그새 1년이 지나고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하는 행사는 좀 달랐다. 여기는 그래도 국악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이들이 장구나 북을 두드리고, 캐스터네츠나 트라이앵글 등의 간단한 악기들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이 제법 있었다. 그래도 제목만 '작은 음악회'가 아닌 적어도 무늬 정도는 '작은 음악회'라고 생각해 줄만한 행사였다. 그렇지만 좀 짜증이 났던 건,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이 다 영어였다는 것이다. 아니 국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왜 행사의 절반 이상이 다 영어인거냐?

 

영어 자기소개, 영어 연극, 영어 노래 끝도 없이 영어가 이어졌다. 달마다 비싼 돈 주고 시키는 영어특강의 성과를 부모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생각되긴 했지만 참아주기 힘들었다!

 

참 황당한 점들이 여럿 있었는데, 우선 아이들을 엄청 혹사시켰다는 것이다. 대부분 그렇듯이 대충 유행하는 가요 틀어놓고 춤추게 하는 정도라면 아이들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 어른들도 제대로 배우기 어려운 장구나 북, 꽹과리 등을 연습시키려면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제법 힘들었을 것이다.(결국 제대로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연주하는 흉내 정도만 낼 수 밖에 없을텐데) 그런데 행사가 코앞에 닥쳐서야 아이들을 힘들게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진작부터 가르쳤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러면서 무슨 국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끝마다 강조하는지 이해못할 일이다.

 

게다가 행사가 너무 길었다.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야 하는 횟수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아이들이 그 많은 프로그램들을 다 연습하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 틀림없다. 행사 일주일전부터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힘들다고 했다. 집에 와서 엄청 짜증을 냈다. 행사도 중요하지만 그 행사가 어른들을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그렇게 혹사시킨게 아닌가. 아이들을 위한 행사였다면, 아이가 조금 못한다 하더라도 뭐가 문제가 되느냔 말이다.

 

행사 당일은 금요일 저녁이었다. 6시 반까지 오라고 했다. 일터의 퇴근시간은 6시이지만, 내가 평균적으로 일을 마치는 시간은 7시쯤이다. 6시 땡 하자마자 출발해도 6시 반까지는 못가는 거리다. 아내가 조금 일찍 마쳐서 먼저 가기로 하고, 나는 늦게 도착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서둘러 오느라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빈속에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배가 고팠지만 근처에 뭐 먹을 건 아무것도 없었고, 아이들을 보면서 그냥 참기로 했다.

 

행사 진행은 매끄럽지 못했다. 프로그램 마다 지체되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 프로그램은 지루했다. 아이들은 긴장해서 머뭇거렸고, 선생님들은 어떻게든 준비한 걸 시키려고 계속 아이들을 다그쳤다.

 

6시 반에 시작했다는 행사가 10시 반이 되어서야 끝났다. 우리집 꼬맹이 녀석은 무대에서 계속 엄마와 아빠를 쳐다보며 딴 청을 부렸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해도 모자랄판에 계속 딴짓을 하느라 흐름을 자꾸만 놓쳤다. 아빠를 닮아서 반항아 기질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행사 자체가 지겨워서 그런지 오히려 그런 녀석이 더 맘에 들었다.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무대에서 우루루 쏟아져 내려오는데, 선생님들은 제대로 통제도 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누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정말 여기 선생님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여기 계속 보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꼬맹이를 찾아서 번쩍 안았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아이의 칭찬을 해주고 준비해온 꽃 한 송이(아내의 주문에 의해)를 건넸다. 그런데 얼굴이 좀 이상했다. 코 아래 인중 근처에 긁힌 흔적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입술도 퉁퉁 부었다.

 

왜 다쳤는지 물어보니, 아이가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어린이집에서 '작은 음악회' 행사장으로 오다가 넘어졌다는 것이다. 언덕을 하나 넘어오는 길이었는데, 바로 이삼일 전쯤에 눈이 와서 좁은 골목길 양 쪽은 다 얼음이 쌓여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맨 앞에서 먼저 가고, 아이들이 손잡고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 아이가 맨 뒤쪽에 있었나 보다. 뒤에서 차가 오는 바람에 아이가 놀라서 비켜서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졌고, 얼굴을 다친 것이다.

 

아이를 좀 더 밝은 곳으로 데려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콧잔등 아래쪽으로 긁힌 상처가 여러개 있고, 입술은 퉁퉁 부은 데다가, 피가 말라 붙어 있었다. 입을 벌려서 이빨을 보니 앞니 윗 잇몸에 피가 맺혀 있었다. 이빨이 살짝 흔들렸고, 내가 이빨에 손을 대자마자 아이가 아프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아이가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몇 시간을 놔둔 건가? 게다가 다친 아이를 무대에 올려서 춤추고, 노래하게 시킨 건가? 선생님이란 인간들이 정신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서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는 와중에 원장선생님이 보이길래 아이가 다친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는지,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원장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아이가 다친 줄 몰랐다고 하고는 담임선생님을 찾으러 갔다.

 

아내가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나서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아이가 차를 피하려다 넘어졌는데, 별로 심하게 다친 것 같지 않았고, 아이도 안 아프다고 해서 그냥 그대로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한다. 아니 애가 이빨이 흔들거리고, 잇몸에 피가 맺혔는데, 입술이 터져서 퉁퉁 부었는데, 그게 별로 심하게 안 다친거라면, 얼마나 다쳐야 심하게 다친건가?

 

그리고 어쨌든 아이가 다쳤다면 부모에게 먼저 알려야 하는데, 왜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10시 반이 넘어서 행사가 끝난 다음에야 아이가 다쳤다는 것을 발견하게 만들었나? 이래놓고 안심하게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겠나?

 

나는 화를 참으려 애쓰면서 담임선생님에게 왜 미리 연락을 안했는지를 따졌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도 없이 자꾸만 말을 돌리면서, 아이가 스스로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는 말을 강조하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더 말해봐야 화만 더 키울 것 같아서 포기하고 돌아섰다. 사과는 커녕 뉘우치는 표정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원장선생님은 말로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표정으로는 껄끄러운 부모를 어떻게든 달래보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 병원비를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길래. 지금 이 밤중에 어느 병원을 가겠냐? 행사도 중요하지만 애가 다쳤으면 부모에게 연락하고 병원을 갔어야 할 게 아닌가 따지니 뭐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돌린다.

 

아이 손을 붙잡고 집으로 향하는데,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골목길이 얼어있어서 아이는 내 손을 꼭 붙잡고 천천히 걸었다. 집에 들어오니 11시가 넘었다. 저녁을 못 먹어서 배가 엄청 고플텐데, 입맛은 전혀 없었다.

 

다음날 원장선생님은 전화로 아이의 상태를 묻고,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끝까지(3월이 되어 아이가 다른 반으로 올라갈때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아이는 여러차례 치과를 다녀왔다. 엑스레이 사진도 두 번이나 찍었다. 앞니 두 개가 흔들리고, 신경이 손상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신경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또 여러차례 병원을 가야한다. 의사 말로는 일단 치료를 하는데 까지 해보겠는데, 완치가 될지 어떨지는 알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얼버무리듯이 하는 말이 영구치가 아니라 유치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고, 새 이빨이 나기 전까지 별 도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

 

사실 최종 진단이 나오기까지 약 10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큰 이상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별로 크게 다친 게 아니라면,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신경이 다쳤다고 하니 화를 참기가 힘들다. 왜 이렇게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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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