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스트레스

그냥 2010.01.29 13:33

우리나라에서는 일 년에 두 번,'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설과 추석. 두 차례의 명절 때마다 온 국민이 고향을(혹은 부모님을) 찾아 움직인다. 부모와 같은 곳에 살지 않는 한, 명절 때마다 고향으로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교통수단이 있어야 한다. 차를 갖고 있다면 차를 타고 가면 되겠지만, 늘 뉴스에서 보듯이 주차장이 되어버린 도로에 아주 오랫동안 꼼짝도 못하고 서 있고 싶지 않다면 차를 갖고 가는 건 위험하다. 그럼 남은 건 비행기, 철도, 고속버스 등일텐데, 비행기는 일단 비싸고, 둘째 공항에서 집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아마 비싸다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일반적으로 고려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는 건 철도와 고속버스. 고속버스는 앞서 말했듯이 명절때만 되면 주차장으로 변신하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특성 때문에 도착시간을 예측하기 힘들다. 평소의 2배, 3배, 4배 등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이 걸려도 아무도 탓할 수 없다. 게다가 도로에 꼼짝도 못하고 갇혀있는 동안 좁은 좌석에서 인내심을 길러야 하며, 배고픔과 화장실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은 철도이다. 이동 거리가 멀면 멀수록 이 철도가 가장 좋은 선택이 된다. 그런데 몇 년전 고속철도 라는 것을 만든 철도공사는 기존의 무궁화, 새마을 등을 다 빼버리고 고속철도로 열차 시간표를 도배해놓았다. 선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굳이 기존 열차들을 줄일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고속철도는 가격이 엄청 비싸지만, 조금 빨리 간다는 장점도 있다.

 

어쨌든 명절 기간에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이 났는데, 문제는 이 기차표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란 말이다. 철도공단에서 일방적으로 명절 표 예약 시간을 정해놓고 공지하곤 하는데, 이 시간을 일반일들이 쉽게 알 수가 없으며,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새벽 일찍 짧은 시간에 끝나버리기 때문에 예약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명절 표는 할인헤택도 받기 어렵다.

 

언젠가부터 명절이 늘 짧았던 것 같다. 연휴가 짧을수록 표를 구하기는 더욱 어렵다. 짧은 기간에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장인이 맘대로 연휴를 늘릴수도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 기간 안에 고향을 다녀와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표는 없다. 젠장 대체 어쩌란 말인가!

 

처음 서울에 올라왔던 해 설날이었다. 그땐 아직 혼자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표를 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쁜 일에 쫓기다보니 결국 기차표를 구하지 못했고, 연휴 첫날 임시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을 향했다. 좌석이 좁아서 불편한 일반고속버스였고, 내 옆 자리에는 젊은 여성분이 타고 있었다. 그날 14시간이 걸렸던가, 15시간이 걸렸던가.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암튼 점심무렵에 버스를 탔는데, 새벽 늦게 도착했다. 잠을 자고 또 자도 버스는 계속 멈춰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도중에 눈이 왔다. 배도 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었고, 자세가 불편해서 미칠 것 만 같았다. 게다가 옆자리의 낯선 여성이 신경쓰였다. 그 지옥같았던 14시간(혹은 15시간)을 버틴 후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다시는 고속버스를 선택하지 않겠다였다.

 

시간이 흘러 해마다 두 번씩, 명절은 돌아오고,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내는 서울사람이고, 장인어른의 고향은 이북이라, 명절에 어디 가본 경험이 없었다. 먼 부산까지 동행해야 할 아내를 편하게 모시기 위해 나는 어떻게든 열차표를 구해야 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표를 구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예약 대기를 걸어놓았던 표가 생기거나, 밤늦게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표를 구하는 등 그 이야기를 다 하려면 끝도 없다!) 정말 어떻게 해도 표를 구하지 못한 경우, 고속버스를 타고 간 적도 있고, 직접 차를 몰고 간 적도 있다. 당연히 고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아내는 늘 명절이 다가오면 빨리 표를 구하라고 나를 닥달한다.

 

나라고 일찍 표를 구하기 싫어서 가만 있는 건 아니다. 일단 일터에서 명절 연휴에 대한 계획이 나와야 한다. 앞에 하루를 더 쉬게 해줄지, 혹은 뒤에 하루를 더 쉬게 해줄지 아니면 아예 앞, 뒤로 하루씩을 붙인다던가, 아예 더 쉬는 건 없이 딱 연휴만 쉰다던가 그런 방침이 정해져야 표를 구할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일터의 방침을 기다리다가 결국 표를 구하는 시기를 놓쳤다. 뒤늦게 부랴부랴 찾아보지만 '매진'이라는 글씨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말 명절때마다 이 짓 해먹기 짜증난다! 명절 당일이 되면 또 왔다갔다 하느라 힘들고, 가서 이런저런 집안 일 때문에 힘들고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게 될텐데, 명절이 되기 한참 전부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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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