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들어와보니 쌍용차가 일단 합의를 했네요. 이 살인적인 더위에 식사와 식수를 다 봉쇄해버리고 전기까지 끊어버리고, 게다가 경찰과 구사대와 용역깡패들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 강제진압으로 도장2공장만 제외하고 모두 제압당해버렸으니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겠지요.

용역들과 구사대는 새총으로 볼트와 너트를 쏘아대고, 경찰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있는 테이저 건이라는 무시무시한 진압무기를 사용했더군요. 헬기로는 발암물질이 포함된 최루액을 퍼부었구요. 뭐 곤봉이나 군홧발에 의한 폭행은 언급할 여지도 별로 없겠네요. 게다가 기관소총처럼 생긴 총으로 고무총탄을 쏘아댔다고 하네요. 한겨레에는 '다목적 발사기'라고 나오더군요. 말로만 전쟁터가 아니라 실제로 총을 쏘아대는 전쟁터였습니다. 노동자들은 국민이 아니라 총을 쏘아 죽여야할 적군이 되어버렸네요.

쌍용차는 노조와 국민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상하이차에 아주 말도안되는 헐값으로 판매되었는데, 그 매각을 주도한 건 정부였죠. 당시 이 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반기문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상하이차는 기술만 쏙 빼가고 경영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상하이차에 매각된 이후에도 공적자금이 한차례 더 투입이 되었구요.

결국 상하이차의 부실경영과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매각의 결과 죄없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업을 빼앗기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마치 테러리스트로 몰아부치고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정부의 만행은 용서할 수 없는 짓입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용산참사가 일어난지 200일이 된 날입니다. 고귀한 목숨 5분이 희생되었지만 200일이 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열사 5분의 시신은 차가운 냉동고에 갖혀 있습니다.

용산 참사 당시 신나를 다량 보관하고 있는 최후의 보루인 옥상 망루를 경찰특공대가 강제진압하면서 불이 났지요.(검찰은 누구의 책임인지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고, 아무런 근거없이 철거민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수사를 마무리해버렸습니다!) 경찰은 아무런 안전대책도 갖추지 않았기에 아무런 대응도 못해보고 철거민 5분과 경찰 1명이 희생되었습니다. 다행히 오늘까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쌍용차 도장공장에는 용산참사 당시보다 수십배 많은 신나를 보관하고 있었지요. 만약 경찰이 용산에서처럼 최후의 보루인 도장2공장을 강제진압하려 했다면 역사에 다시없는 참사가 벌어졌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이 곳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맞는가 하는 회의가 듭니다. 정말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환멸이 지금처럼 강하게 들었던 적이 없습니다. 지금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해집니다. 부디 이렇게 말도 안되는 세상에 태어나게 한 무책임한 아빠를 용서해주기를 간절히 빌어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