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정말 오랫만에 용산참사 현장에 가봤다. 한동안 바쁘단 핑계로 가지 못해서 늘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이었다. 오랫만에 보는 얼굴들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레아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셨다. 그런데 다들 화가난 상태였다. 물어보니 '한바탕' 했다고 한다. 잠시 상황을 전해듣고 나서 직접 찍은 영상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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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활동가들 말로는 며칠 전부터 정보과 형사들이 염탐하고 다니더니 어제 오후 마침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없는 틈을 타서 갑자기 들이닥쳤다고 한다. 경찰들 몇 개 중대가 몰려와서 길을 확실하게 막고는, 그 사이에 용역들이 들어와서 현수막과 플래카드, 만장들, 그리고 예술작품들을 뜯고, 걷어냈다. 그 중에는 경찰이 신부님들을 폭행한 장면을 담은 사진들도 있었는데, 용역들은 사진들도 하나하나 모두 다 뜯어냈다. 항의하는 활동가들은 경찰들과 용역들에 의해 가로 막혀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구청직원과 용역 책임자로 보이는 사내들이 끊임없이 지시하고, 용역들은 즉시 뜯어냈다고 한다.

 

경찰의 사제폭행 증거 사진을 뜯어내는 용역직원들- 출처 용산대책위

 

현장에는 여러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여러 형태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런 작품들까지도 용역들이 모조리 가져가 버렸다. 예술작품은 가져가지 말라고 항의했던 활동가는 용역들에게 제지당하고, 경찰들에게 둘러쌓여 갇히게 되었다고 분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도착했던 때는 미사가 시작하기 조금 전이었는데, 모두들 낮에 겪었던 일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던 일이고 나도 여러번 지적했고, 최규석 작가가 그림으로 표현해주기도 했지만, 정말 경찰과 용역의 팀웍은 상상을 초월하는 듯하다. 얼마나 함께 연습하면 그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을 수 있을까.

 

 

그런데 국민들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왜 용역들을 동원하여 도둑질을 했을까? 왜 저작권이 엄연한 작가의 작품을 훔쳐갔을까? 도대체 누가 경찰과 용역에게 벌건 대낮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공연히 남의 물건들을 훔쳐갈 권리를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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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있었던 활동가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들으면서 나도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가 1월에 돌아가신 분들이 추석이 다 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니 말이 되는가? 화는 곧 씁쓸한 무력감으로 바뀌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어떤 분들은 그래도 신부님들의 미사를 받으면 위로받고, 힘을 얻는다고 하던데, 나는 그런 은혜조차 입을 수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어서 늦게 까지 소주병을 기울였다!

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