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바탕에 유명한 인물들의 멋진 그림들이 확 눈에 띄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맑스와 체 게바라를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와! 이 그림 진짜 멋지다!’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촛불 세대를 위한 반자본주의 교실>(원제:Anticapitalismo)은 그렇게 나의 뇌리에 강한 자극을 남겼다.


아르헨티나의 반자본주의 운동가 에세키엘 아다모프스키가 지었고, ‘일러스트레이터 연합’ 이라는 아르헨티나의 예술가 단체가 그림을 그렸다. 일단 삽화가 죽인다! 어렵고 지루한 내용을 단 한 컷의 그림으로 어쩜 그렇게 명쾌하게 나타내고 있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책은 무조건 소장해서 두고두고 볼 책이다!


그림 때문에 쉽게 손이 가긴 했지만, 원래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무척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제목에 무려 ‘반자본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은가. ‘반자본주의’라는 어렵고 생소한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는 건, 이 책의 주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무척 잘 지은 제목이다. 이 제목을 짓느라 고심했을 출판사 관계자의 노고가 짐작된다. 너무 어렵고 고리타분한 제목은 책 분위기에 맞지 않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어렵다. 작년에 한창 타올랐던 ‘촛불’을 겨냥해서 가장 무난하면서 책의 내용을 그대로 드러내는 제목을 고른 듯 하다.


‘반자본주의’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지만, 이 책은 정말 쉽고 재밌다! 제목 그대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정말 쉽게 가르쳐주는 교실이다. 책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자본주의가 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지를 깨닫게 해주고, 자본주의를 벗어난 삶의 방식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함께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해서 알려준다. 특히 지금까지 자본주의와 반자본주의 운동가들의 흐름을 알기 쉽게 잘 짚어주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의 강화 이후에 속속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다양한 흐름과 경향들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하게 잘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쉽다는 것이다. 이미 반자본주의 활동가로서 열심히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입장에서 좀 더 깊은 내용과 상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이 책의 존재가치를 따져본다면 그런 기대는 처음부터 안 맞는 것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에 길들여져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본주의의 실체가 어떠한지 그리고 ‘반자본주의’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쉽고 재밌게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니 더 깊고 자세한 내용은 애초에 기대하면 안되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밌다는 것이다. 운동권 책들 중에서 이렇게 재밌는 책은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매 페이지마다 어떤 흥미진진한 삽화가 나올지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 무척 좋다. 이런 책 참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이 책을 계기로 남미의 민중예술운동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봐야 할 것 같다.

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