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_ 이매진피스 이혜영, 임영신 / 소나무


‘공정무역’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꽤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공정무역이 꽤나 익숙하게 사용될 즈음에 ‘공정여행’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또 듣게 되었다. 역시 어색하다. 뭔가 좀 더 그럴듯한 이름이 없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고민을 해봤다. 글쎄, 새로운 존재(혹은 개념)에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늘 어렵기만 하다. 고민 끝에 ‘윤리여행’은 어떨까 싶었는데, 글자로 써보니 이것도 어색하기만 하다. 윤리와 여행 사이에 ‘적’을 붙여봤다가,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다시 지우고....... 그냥 이름 짓기는 포기해야 할까보다.



 이 책이 나오기 전부터 공정여행이라는 단어를 들을 일이 많았다. 처음 들을 때부터 따로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그게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실 여행(특히 해외여행)은 나와는 정말 인연이 별로 없는 뭔가 사치스러운 느낌의 단어였다.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 때, 돈 한푼없이 두꺼운 얼굴과 배짱하나만 갖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던 몇 차례의 ‘무전여행’을 제외한다면 나는 제대로 여행을 다녀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학생이었던 때와는 달리 사회에 나오니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특히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그들이 돈이 많아서 종종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아예 관심이 없었기에 나는 알지 못했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해외여행이란 걸 할 수 있었다. 바로 패키지 상품이란 놈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이고, 삶과 자연과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나에게 여행은 걷고, 사색하고, 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여행은 그렇지 않았다. 이동시간을 아끼기 위해 야간에 비행기나 차로 움직이고, 정신없이 유명한 장소들을 돌아다니는데, 제대로 돌아볼 시간이나 여유따위는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여유가 허락되는 시간은 쇼핑시간이라고 했다. 그런 여행을 다녀오면 오히려 가지 않은 것보다 못할 것 같았다.




 공정여행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소비만을 위한 여행이 아닌, 단순히 눈도장을 찍으러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닌, 늘 관광객들로 붐비는 유명한 관광지만을 도는 여행이 아닌, 내가 생각했던 참된 여행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현재의 돈만 쫓는 여행의 행태로 인해 나타난 폐해들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라는 실천적인 제안들도 알게 되었다.




 나로서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티벳, 네팔, 태국, 인도, 팔레스타인 등 다양한 곳들을 소개하는 부분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여행책이 아니라 그 곳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 계시는 훌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또한 좋았다. 만약 내가 해외여행에 좀 더 관심이 많았다면 훨씬 더 재밌있었을지도 모른다.




 다 읽고 나서 아쉬운 점들이 좀 있었지만 대부분 소소한 부분들이고 크게 실망할만한 점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다양한 주제와 사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좀 산만하고 흐름이 끊기는 면이 있다. 사례와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들은 많지만, 큰 틀에서 얘기하는 내용은 간단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같은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도 발견된다. 아마 이 책의 컨셉을 ‘공정여행 가이드북’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구성이 되어버린 것이겠지만, 그렇기에 작은 이야기들이 좀 더 자세하고 깊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단순한 소개에 머물러 버려서 흐름을 끊고, 더 깊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글쎄, 좀 더 단순하고 소박한 컨셉이었다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도 더 잘맞지 않았을까 라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

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