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위버
잭 보웬 지음, 하정임 옮김, 박이문 감수 / 다른


고등학교때 국민윤리를 가르쳤던 한 선생님 덕분에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딱히 그 선생님을 존경하거나 좋아한 건 아니었고, 그냥 과목과 어울리지 않는 자유분방한 태도라던가 입만 열면 뭔가 있어보이는 말들을 늘어놓는다던가 하는 점들이 특이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선생님은 가끔 철학과에 얼마나 괴짜들이 많이 모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기도 했고, 철학이란 학문에 대해서도 수박 겉핥기로 설명해주기도 했다.


 

 대학을 철학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주변의 만류로 다른 학문을 선택하게 되었다. 뭐 철학을 향한 불타는 열정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 나도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대학에선 교양과목으로 철학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큰 강의실에 백여명이 넘는 학생들. 그리고 교양이기 때문에 정말 수박 겉핥기 밖에 안되는 성의없는 강의. 고등학교의 입시위주 교육을 벗어나서 드디어 학문의 전당 대학에서 진짜 학문을 맘껏 즐길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느 옛날 이야기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취급을 받았다.


 암기 위주의 교양철학으로 실망했던 나는 다른 과목들을 공부하면서 문득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내가 관심 갖고 있던 대부분의 과목들의 시작점은 모두 철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철학을 공부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마음만 있었을 뿐 지금까지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었다.


 [소피의 세계]라는 책을 처음 만난 건, 아내의 책들과 내 책들이 한 방에 모이게 된 날이었다. 오랫동안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자취생활을 해온 덕에 내 책들은 많지 않았다. 잊어버린 책들도 많았고, 관리가 잘 안되니까 책을 잘 사지 않게 되었다. 그에 비해 아내의 책은 종류도 다양했고 많았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소피의 세계]라는 책을 펼쳐보았다. <소설로 읽는 철학>이라는 부제가 흥미를 자극했다. 문득 저 먼지쌓인 교실에 앉아있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거리에서 생활한 대학생활까지 흑백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꼭 읽어야겠다. 이제라도 다시 철학에 관심을 가져봐야지 라고 했던 그 날의 다짐은 다시 물거품처럼 흩어졌다. 바쁜 일상은 나에게 학문으로의 도피를 허락하지 않았다.


 <소설로 읽는 유쾌한 철학 오디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드림위버]를 처음 만났던 날도 그랬다. 꼭 읽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번에는 계속 못 읽었던 [소피의 세계]까지 함께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소설책을 읽는 방법과 철학책을 읽는 방법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이 두 책을 놓고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를 잠시 고민했다. 그냥 읽으면 될 것을 뭘 그리 쓸데없는 고민까지 하나 싶었지만, 학문을 대하는 내 태도가 좀 유별나서, 철학책을 읽는 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절대로 이 책들을 읽지 못할 것 같았다.


 [드림위버]를 먼저 읽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책을 대하듯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있었다. 그러나 얼마지나지않아 그냥 읽고 지나가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하나 둘 머릿속에 쌓여갔다. 꽤나 두꺼운 분량이라서 중간 정도 읽었을 때는 그렇게 남아있는 의문들이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다시 처음부터 읽어가며 의문들을 풀어가며 읽어야 했다. <독자들을 위한 토론주제>는 그냥 건너뛰고 이안의 이야기만 따라가는데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역시 그냥 소설책 읽듯 읽을 수는 없는 책이었다.


 [드림위버]는 무척 흥미로웠다. 나는 읽는 내내 청소년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았다. 나도 자라면서 이런저런 의문들이 많았을텐데, 그냥 어른들이 시키는 것 외에는 감히 시도해보거나 따져보지 못하고 자랐다. 만약 내가 이안 정도의 나이였을 때, 이안과 같은 모험을 해보았다면 지금 좀 더 생각의 폭이 넓고 깊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다 읽은 늦은 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가 자라면 이 책을 함께 읽고 서로 느낀 점이나 생각들을 나누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본다.

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