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서울까지 나가기가 힘들어서 부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부천에서도 촛불집회를 한다는 소식을 지하철역 앞에서 선전전 나와있던, 부천지역에서 활동하는 동지들을 통해 들었다. 일요일 저녁에 시청과 중앙공원 사이 차없는 도로에서 촛불집회를 연다는 소식을 아내에게 전했더니 일요일이니만큼 서울까지 나가기 힘드니까 부천에서 참여하자며 반가워했다.

부천에 와서 깜짝 놀란 것 중의 하나는 한겨울을 제외하고 주말마다 시청앞 도로의 차량 운행을 통제하고 차없는 도로를 시행한다는 점이다. 주말이되면 여기에 미니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타고 놀고있는 아이들로 꽉 찬다. 주변에는 이런 것들을 대여하는 업체들이 잔뜩 있다. 이런 업체들이 시청이나 시의회쪽에 압력을 넣거나 로비를 해서 매주 주말마다 차없는 도로가 이루어지는데 큰 몫을 했으리란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암튼 평소에도 교통량이 아주 많은 곳은 아니지만, 그리고 비교적 짧은 구간이지만 그래도 이 공간을 주말이나마 차없는 도로로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족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촛불집회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7시가 다되어가는대도 주최측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영 시원찮았다. 빨리빨리 움직여서 준비를 해야할텐데 뭔가 손발이 안맞는 듯 해보였고, 어딘가 어설퍼보였다. 예전에 집회준비를 많이 해봤던 내 입장에선 이들의 움직임이 영 답답해 보였다.

7시가 넘었는데도 이들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주최측의 일부는 도로에 야외용 깔개를 펼쳐놓고 앉았다. 시간이 흘러도 자리잡고 앉는 이들은 대부분 주최측과 관계된 사람들외에는 거의 없어 보였다. 에정시간을 한참 넘겨서 집회가 시작되었는데, 진행을 맡은 사람도 뭔가 어설펐다. 집회가 계속 진행되면서 이들은 계속 뭔가 손발이 안맞아서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했다.

좀 이상했다. 주최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민주노총쪽 사람들이거나 공무원노조쪽 사람들인듯 보였는데, 왜이리 집회 진행을 잘 못하는 것일까? 아주 획기적이거나 아주 멋진 집회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작고 소박하고 평범한 집회라도 매끄럽게 잘 진행되기를 바랄 뿐인데, 이들은 보고 있는 사람이 안쓰러워질정도로 원활하지 못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회자가 자유발언 시민을 환영해달라고 했는데, 정작 자유발언을 할 사람은 없었고, 또한 사회자는 계속 자유발언을 신청한 사람이 많다고 했음에도 자유발언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구호하나 똑바로 못 외쳐주고는 그걸 시민들 탓으로 돌리는 사회자는 좋게 봐주기 힘들었다.

이럴거면 부천에서 하지말고 서울로 집중하던가 하지 이게 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공원 쪽에선 나이든 어른들이 우릴 손가락질하는 모습들이 보였는데, 그들에게도 우리가 얼마나 우습게 여겨졌을까 생각하니 화가나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는데, 20대의 누구누구라고 사회자가 이름까지 소개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앞에 나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뭔가 불만이 많은 표정과 말투였다. 난 당연히 그 불만이 이명박을 향한 것일거라고 여겼는데, 그 친구의 애길 듣고 있으려니 그게 아니었다. 그는 우리에게 화가 난 것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교묘하게 말을하면서 우릴 속이려들더니 나중에는 본색을 드러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30개월이상 소는 수입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고 정부가 추가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잠시 촛불을 멈추고 기다리는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의 주장대로 이명박이 정말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촛불을 멈춰야한다는 그의 주장은 멍청한 헛소리일 뿐이다. 국민들은 처음부터 한결같이 말해왔다. 재협상을 하라고, 말도안되는 거짓으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려 하지 말고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고 재협상에 임하라고 말이다.

게다가 추가협상을 한다는 것 역시 정부와 조중동문을 위시한 보수언론의 더러운 거짓말이다. 김종훈이 미국에 간 것은 협상문 자체를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측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간 것인데, 이는 추가협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런 것은 추가 협의라고 해야하는 것이지 협상문에 손도 대지 않는 것을 협상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깟 협의 좀 하려고 김종훈이 미국까지 간 것은 국세낭비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헛짓거리일 뿐이다.

이 젊은 친구는 아마도 서강대녀의 친구이거나 같은 카페에서 활동하는 동료가 분명한 듯한데, 헛소리를 지껄이려면 서울에 가서 한번 지껄여보시지 사람도 없고 준비도 제대로 안된 이런 곳에 와서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나 싶어서 순간적으로 확 열이 올랐다.

사회자가 뒤늦게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챘는지 그에게서 마이크를 뺏으려 했으나 결국 그는 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내렸갔다. 이쯤에서 더이상 여기 앉아 있을 이유를 찾기 어려워 일어서버렸다.

바쁜 와중에 힘들게 준비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말씀이지만 그렇게 할 거면 차라리 안하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