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다녀왔다. 여의도에서도 촛불을 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뉘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경찰의 으름장 때문인지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이 적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여의도에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전히 학생들의 숫자가 많긴 했지만 동영상이나 사진으로만 봤던 앞선 집회들보다 학생들의 참여가 많이 줄어든 것 처럼 느껴졌다.

알고보니 교육청과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온갖 협박과 회유를 한 모양이다. 게다가 지금이 한창 시험기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참 대단하고 멋지다! 게다가 단상에 올라와서 말하는 우리 학생들을 보면 어쩜 그리들 재치있게 말을 잘하는지 정말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다! 암튼 어제 그곳에는 수많은 학교의 '학주(학생주임)'들이 떴다고 한다. 중간쯤에 발언한 수원에서 올라왔다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은 '서울 학생들이 학주가 떠서 다들 가버리고 또 앞에서 자유롭게 말도 못한다'며, '우리는 수원에서 왔기때문에 학주도 안떴고 해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하고 내려갔다.

참가자들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부모와 함께온 어린이부터 흰머리의 어르신들까지 눈에 띄었다. 발언대에 선 사람들도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많았지만 3~40대 직장인들과 60대 어르신도 계셨다. 정말 순수하게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로 참여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이름 그대로의 자유발언대였다.

이전까지 나는 늘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입장이었는데, 어제 처음으로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촛불집회를 즐겼다.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런 분위기 자체가 워낙 새로운 것이기도 하거니와 내 개인적인 상황의 변화도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약간 기분이 좋았다.

가끔 너무 황당한 주장을 섞어넣은 발언자들이 간혹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긴 했지만 그것도 다 사전검열없이 자유롭게 시민들의 주장을 듣는 자리인 만큼 어쩔수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해할 수 있었다.

열띤 발언들과 이름없는 랩퍼의 공연과 대학생 율동패의 공연 그리고 학생들의 텔미 춤까지 어우러져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서 연기자 정찬과 강기갑 의원의 발언도 있었다. 예전부터 TV를 즐겨보지 않았던 나는 정찬이란 이름을 들으며 누굴까 했는데, 막상 멀리서 얼굴을 보니 한두어번 본적이 있는 연기자였다. 일단 연기자라 그런지 발성 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상당히 조리있게 말을 잘 했으며 재치도 있었다. 어느정도 의식이 있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다. 강기갑의원은 특유의 사투리로 멋진 연설을 하셨다.

생각보다 싸늘한 날씨에 바람이 불어대서 무척 추웠다. 게다가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터라 오래있을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현장 분위기에 푹 빠져버려서 처음부터 거의 끝날즈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이 나라가 어찌 될 것인지 앞날을 생각하면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 당장 광우병 쇠고기 수입 건도 문제지만 더욱 더 큰 문제는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미 FTA가 더 큰 문제이고, 이명박이 계속 주장해온 한반도 대운하도 큰 문제다! 거기에 영어몰입교육부터 학원자율화까지 이 정권의 교육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울 것이 분명하다! 비리로 가득찬 내각과 정권이 앞으로 무슨짓을 얼마나 더 할것인지 생각하기도 싫어진다!

그래도 어제 거리에서 만난 우리 학생들은 분명히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앞으로 주인공이 될 새로운 세대는 우리들처럼 멍청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사실에 희망을 가져본다!
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