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간다 - 10점
김용철 그림, 권정생 글/국민서관

나와 동생이 아직 어릴때 아버지는 우리를 재우기 위해 종종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버지는 목소리를 좌악 깔고 '옛날 하고도 아주 아주 머~언 옛날에'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이야기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고 '또 아주 아주 아주 먼 옛날에' 그리고 '또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먼 옛날에'가 반복되었다. 내 기억속에 아버지가 해주신 옛날 이야기가 온전히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다. 그저 '아주 먼 옛날에'가 무한 반복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나와 동생은 그래도 무척 재밌어하고 많이 웃었다. 무한 반복 되는 '먼 옛날에'를 들으며 웃다 잠이 들곤 했다.

이제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옛날 아버지처럼 아이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입장이 되고 보니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니 딱히 떠오르는 이야기 꺼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아버지 흉내를 내었다. '옛날 하고도 아주 아주 머~언 옛날에'로 시작해서 '아주 먼 옛날에'가 무한 반복되었다. 우리 아이도 처음에는 무척 재밌어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똑같은 전개가 반복되면 일단 나부터 지겨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무렵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내가 재밌었다. 아이에게 읽어주니 아이도 무척 좋아했다. 아이도 나도 옛스런 멋을 잘 살리고 해학적인 느낌이 강한 이 그림이 무척 좋았다. 이 책은 이야기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억양과 운율을 잘 살려서 읽어주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는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을텐데도 이 책을 무척 좋아하고 흥미를 가졌다.

계속 읽어주었더니 나중에는 내용을 다 외웠다. 혼자 그림을 보면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읽어준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따라 말하면서 읽었지만, 혼자 읽기도 여러번 하다보니 내용이 바뀌었다.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원래 이야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이제는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원래 이야기를 잘 못 기억해서 그렇게 읽은 게 아니다. 아이는 매번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중이었다. 재밌었다. 아이의 상상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을 미처 몰랐다. 옛날 이야기 하나 제대로 못해준 못난 아빠에 비하면 얼마나 대단한가.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그 깨달음 이후로 나의 옛날 이야기도 진화했다. 나도 매번 상황을 조금씩 바꿔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녹슬었던 내 상상력에 조금씩 녹이 벗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아이와 내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며 어느 인물을 등장 시키면, 거기에 아이가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내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 다시 아이가 다른 상황으로 몰고 가버린다.

어른의 스승은 아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새삼 그 말이 얼마나 위대한 진리인가를 깨닫는다. 나는 매일 아이를 보면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사실들을 문득 깨우치게 된다. 소중한 깨달음을 일깨워준 이 책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면 이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다.
Posted by 감은빛

글자를 읽지도 못하면서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몇개월 전부터다. 아이는 좋아하는 책만 계속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는 편인데, 쉬지않고 대여섯번 읽어주고 나면 내가 먼저 지겨워지고 지치게 된다. 다른책을 읽고 좀 있다가 다시 읽자고 해도 안된다고 계속 그 책만 읽자고 한다. 이렇게 읽고 나면 어느새 아이가 내용을 다 외워버리는데, 나중에는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혼자서 그 책을 읽는다. 우리가 읽어줄 때, 그림과 내용을 기억한 다음 나중에 혼자 읽을 때는 그림을 보고 우리가 읽어준 말투를 따라하며 소리내어 읽는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

그렇게 혼자 읽을 수 있는 책이 권정생 선생님의 [훨훨간다],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안녕], 다다 히로시의 [사과가 쿵], '곰곰이 시리즈'의 [사탕줄게], 그리고 스페인어 책인 '보 시리즈'의 몇 권의 책들이다. 스페인어 책은 사실 우리 부부 둘다 스페인어는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냥 그림만 보고 읽어주는데, 아이가 무척 재미있어 한다. 국내에 번역된다면 반응이 좋을 듯도 한데, 원하는 출판사가 없나보다.

오늘 아침에도 이런 저런 집안일로 한창 바쁜데, 아이가 책을 들고 뒤를 따라다니면서 읽어달라고 조른다. 그래서 혼자 읽으라고 했더니 '안야 혼다 못읽자나' 라고 한다. 그래서 '혼자서 잘 읽을 수 있잖아. 읽어봐!' 했더니. 한참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다가 결국 안읽어주니까 포기하고 혼자서 책을 펼쳐든다. 혼자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하는데, 대충 맞는 내용으로 읽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책은 다나카 우사의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인데, 꽤 오래전에 한창 좋아해서 자주 읽어 줬던 책인데, 최근에는 별로 읽어준 적이 없어서 내용을 많이 잊어버렸나보다. 혼자서 자신이 없으니 계속 나에게 읽어달라고 졸라댔던 모양이다. 나갈 준비를 하려고 씻고 있는데, 화장실 앞에 버티고 앉아서 '다 씻고 나면 책 읽어줘!' 라고 한다. '그래'라고 대답했지만, 결국 그 책을 읽어주지 못하고 데리고 나와야 했다.

'다음 번에는 꼭 다시 읽어줄게!' 미안한 마음에 혼자 속으로 약속했다!



Posted by 감은빛

시인이란


시인이란
쉬운 걸
어렵게 쓰는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걸
쉽게 쓰는 사람이다


서정홍 / 내가 가장 착해질 때 / 나라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이치를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어떤 일에 몰두하면 몰두할수록 그 일의 가장 기본적인 이치는 잊어버리고 단지 일을 하는 것 자체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시인이나 작가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의 기본은 남에게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어려운 말로 쓰여진 글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요즘 출간되는 책들을 보면 어려운 말로 된 경우가 되부분이다. 아니 말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힘들게 쓰인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글쓰기에 있어서도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쉽게 쓰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려운 것이리라. 돌아가신 권정생선생님은 살아계실 때, 쉬운 말로 누구나 알아듣기 좋게 글을 써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배운 사람들이 쓸데없이 어려운 말을 섞어가며 알아듣기 힘들게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유행처럼 되어버린 현상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 하셨다.

 서정홍 시인은 그런 점에서 대단한 시인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펼치면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읽어도 쉽게 읽힐 만한 시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쉬운 우리말로 된 아름다운 시들은 어려운 한자단어나 외래어나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난해한 시들보다 훨씬 더 가치있다고 생각된다.

 위 시를 보라! 짧은 저 시 안에 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을 갖고 이러니 저러니 분석하는 방법만 배우지 말고, 이런 시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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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은빛
문제아
박기범
 
 
박기범이 글을 쓰고 박경진이 그림을 그린, 박기범의 첫 동화집이다.
 
아내가 이오덕 선생의 <어린이 책 이야기>에 소개된 글을 읽고나서 일부러 찾아 읽었는데, 나는 이오덕 선생을 책을 읽기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한마디씩 평을 던졌는데, 아내가 이오덕 선생도 그런 평을 했다고 말하면서 어쩜 그리 비슷한 성향을 가졌냐고 말하며 머리를 휘휘 가로저었다. 책은 무척 재밌었다. 글 한편 한편이 모두 다 살아있는 글이어서 좋았다. 이런 대단한 작가를 여태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박기범이란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박기범씨는 2000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꾸준히 반전 평화 활동을 해왔으며,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돕기 운동과 이라크 반전평화 지킴이 활동도 해왔다. 이라크 전에서는 인간방패를 자처하며 이라크에 가서 활동했으며 이후 박기범의 이라크통신(바끼통)을 통해서 반전평화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과연 이 책에 실린 10편의 동화들이 그냥 쓰여진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 좋은 평가를 많이 받으면서 자연히 판매량도 많았다고 하는데, 박기범씨는 이후 오히려 반전 평화 활동가로서 더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운동판에 있으면서 (관심은 많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반전 평화 운동쪽에는 활발하게 참여하지 못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운동을 제외하면 그리 열심히 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분야가 달랐던 탓도 있고, 여러모로 개인적인 상황들 때문에 이쪽으로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기범 작가의 활동들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무척 부끄러웠다.
 
이오덕 선생은 '내가 보기로 이 작가가 50년대 이후로 우리 남녘에서 활동한 이원수, 권정생 다음으로 우리 겨레 어린이문학을 꽃피울 수 있는 몇 안되는 동화작가로 그 앞날이 크게 기대된다.' 라고 평했다. 그리고 이 책을 소개한 꼭지의 제목을 '흐린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문학정신'이라고 붙였으며 <어린이 책 이야기>에서 첫번재로 소개했다. 선생이 얼마나 박기범 작가를 높이 평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에는 <손가락 무덤>, <아빠와 큰아빠>, <독후감 숙제>, <전학>, <문제아>, <김미선 선생님>, <끝방 아저씨>, <송아지의 꿈>, <겨울꽃 삼촌>, <어진이> 이렇게 10개의 글이 실려있다. 이 중에서 노동자에 대한 글이 두 편, 교육에 대한 글이 네 편, 철거민에 대한 글이 한 편, 농민 문제에 대한 글이 한 편, 민주 열사에 대한 글이 한 편, 애완 동물에 대한 내용이 한 편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작가가 얼마나 고심하여 작품의 주제들을 정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독후감 숙제>였는데, 나도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이 있어 특히 더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이 이야기에는 '작은책' 제목의 책에 실린 만화가 나온는데 이런 연출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만화가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인지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작은책'이라는 월간지가 실제로 있고, 거기에 이런 성격의 만화가 주로 실리기 때문이다. 한번 찾아봐야지 생각했었는데,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문제아> 역시 무척 공감이 가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김형창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문제아'라는 동요가 무한반복을 눌러놓은 것처럼 머리곳에서 계속 반복되었다. '문제아가 되는 건 쉽지만 보통 아이가 되는 건 어려워'라는 노래 가사 한마디가 이 이야기를 모두 설명해 주고 있었다. <겨울꽃 삼촌>은 박래전 열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박래전 열사는 알지 못하지만 운동판에서 간혹 얼굴을 마주쳤던 박래군씨의 동생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가 박래전 열사가 분신한 숭실대학교에서 공부했기에 이 작품을 쓴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박래군씨의 딸인 '성하'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는데 실제 박래군씨의 딸인 '성아'와 이름을 바꿔놓았다. 또 실제 '성아'의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이 작품에서는 열살로 되어있다. 아마 그래서 일부러 이름을 바꿔놓은 것 같다. 이 이야기에서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열살 밖에 안된 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놓았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10편의 이야기들이 전반적으로 다 훌륭하지만 간혹 좀 어색하거나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거나 하는 부분들도 조금은 있다. <김미선 선생님>이 그 예인다. 돈봉투를 받은 선생님에 대한 내용인데 뒷부분이 좀 어색해서 의외였다. 이오덕 선생도 이 이야기를 지적하면서 무척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아마 선생께서 학교 선생님이셨기에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만 한 것 같다. 그리고 <송아지의 꿈>에선 왜 일부러 송아지의 시선을 빌어 표현한 건인지 좀 의아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더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어진이> 역시 조금 불편했다. 여기에 실린 다른 글들과 달리 애완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과연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좀 모호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오덕 선생의 평을 읽고 나니, 내가 어색하다고 느끼거나 불편한 기분이 든 부분들은 선생도 역시 짚고 있었다. 박기범 작가가 이오덕 선생의 이 평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지만(아마 읽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읽었다면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했다.
 
여기 실린 열 개의 이야기들은 아이들이 주로 보는 만화나 드라마에 잘 나오지 않는 그리고 어른들이 잘 보여주거나 들려주지 않는, 우리 사회를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아이들의 눈으로 들려주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진짜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동화이다. 현실에 있지도 않은 이야기로 괜히 이것저것 가르치려 드는 동화들에 비하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에 대한 반응이 좋다는 얘기들을 들었다. 다행이라 생각된다. 이런 책은 어린이들도 많이 읽어야 하지만 그 전에 어른들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열 살이 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2008/05/05 - [가보지 못한 길/책장속에서 길을 잃다] - 어린이를 위한 따뜻한 마음


Posted by 감은빛
어린이 책 이야기
이오덕
 
 
지난 2003년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의 책이다. 이 책이 2002년 출간되었으니 선생이 돌아가시기 1년전에 만들어졌다. 여기서 선생은 어린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서점에 가보면 온갖 종류의 어린이 책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번역된 동화들도 많다. 선생은 이런 많은 어린이 책들 중에서 몇권을 골라서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를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선생이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는 머리말에 자세히 나와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라는 어른들의 속박속에 갇혀지내고 있는데, 특히 책을 바로 읽지 못하고, 무조건 읽고, 쓰고, 외우라는 어른들의 잘못된 가르침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아이들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앞을 보지 못하고, 자연의 소리도 듣지 못한다. 게다가 이 책(선생은 우상이라고 표현했다.)들은 온갖 병든 말, 잘못된 어른들의 말, 어려운 한자말과 서양말, 일본말투성이로 되어있다. 이래서는 아이들이 올바른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을 수 밖에 없겠다. 그래서 선생은 어린이를 살리고, 어린이 책을 살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1,2,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최근에 가장 많이 읽히면서 이야기거리가 된 책 세 권에 대해 살펴보고 있으며, 2부에서는 동화책 여섯 권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3부에서는 공부거리가 되는 책 한 권, 번역한 책 두 권, 중고등학생이 읽는 책 한권을 다루었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의 글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각각의 책 이야기마다 마지막에 우리말을 살려쓰는 문제를 짚어주고 있다. 이오덕 표 첨삭이 이 책에도 등장하는 것이다.
 
1부에는 박기범의 동화집 <문제아>,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이렇게 세 권을 다루고 있는데, 각각의 작품마다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평하여, 좋은 점은 칭찬하고 나쁜점은 비판하고 있다. 맨 처음 등장 작품인 <문제아>만 잠깐 살펴보아도 어린이에 대한 선생의 사랑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선생은 어린이의 눈으로 작품을 보고 이 글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자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2부에서는 권정생 선생의 <비나리 달이네 집>, 이현주의 <외삼촌 빨강 애인>, 임정자의 동화집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이상권의 <엄마 생각>, 김우경의 <수일이와 수일이>, 윤태규의 동화집 <이상한 학교> 이렇게 여섯 권을 살펴본다. 앞서 1부의 책 세 권을 이 책의 거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분량으로 아주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반면 2부에 와서는 여섯권을 다루는 데 분량이 많이 줄어있고, 전체적으로 1부의 책들에 비해 조금 공을 덜 들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2부에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이 등장해서 무척 반가웠다.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은 오래도록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들었다. 권정생 선생도 작년 5월에 돌아가셨는데,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 같은 훌륭한 분들이 모두 다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것이, 그래서 더이상 두분의 훌륭한 작품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을 보고 이오덕 선생이 전화를 걸어 두분이 나눈 통화내용이 그대로 실려있어서 참 재밌었다.
 
작년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신 뒤에 나온 녹색평론 95호에는 권정생 선생을 추모하는 많은 꼭지가 실렸는데, 그중 김용락 시인의 글에는 권정생 선생과 이오독 선생의 친분을 이야기하면서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한다. 이오덕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에 책 원고 하나를 출판사에 넘기셨고, 이 책이 선생이 돌아가신 직후에 출판되어 나왔다. 2003년 출판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제목에,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아름다운 편지'라고 부제를 단 책으로 한길사에서 나왔다.(지금 소개하고 있는 '어린이책 이야기'도 한길사에서 나왔다.) 그런데 권정생 선생은 이 책의 출간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던 모양으로 책이 시중에 깔리자 매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권정생 선생은 이오덕 선생이 살아계실때 편지집 내는 것에 반대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편지들에는 밝혀지면 좋지 않은 사적인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굳이 출간하겠다면 당사자들이 다 죽은 후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하셨다. 그런데도 책이 출간되어버렸으니 화가 나실만도 했다. 결국 이 책은 곧바로 출판사에 의해 초판 전량이 회수되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권정생 선생은 이미 잃어버린 편지들이 많은데, 이오덕 선생은 하나도 안 잃어버리고 다 보관하고 있었고, 당신이 보낸 것은 두 벌씩 써 두었다가 출판사로 보낸 것이라고 한다. 이오덕 선생의 성생의 성품을 조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권정생 선생은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은 언짢게 생각했던 지 불평을 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조금 벗어나버렸는데, 암튼 권정생 선생과 이오덕 선생이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읽어보면 그 짧은 내용에도 참 많은 배울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두 분 선생의 삶에 잠시 숙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3부에서는 도토리 기획의 <고구마는 맛있어>, 야시마 타로의 <까마귀 소년>, 콘스탄틴 파우스토프스키 <우리들의 여름> 그리고 이상석의 <못난것도 힘이 된다> 이렇게 네 작품에 대해 평하고 있다.
 
나는 우리말을 바로 쓰자는 이오덕 선생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인 잘못 표현된 글을 바로잡아주는 부분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혹 그 생각에 동의는 하지만 이오덕 선생은 너무 지나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암튼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자칫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어린이책을 수없이 많이 보아온 선생이 일부러 여러 작품들을 골라서 평을 하기 위해 쓴 책이다. 그렇기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이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들이라 생각된다. 하나씩 읽으면서 자신의 느낀점과 선생이 느낀 점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은 어린이책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를 생각하고 위하는 이오덕 선생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다면, 어린이들이 지금과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라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학교를 다녀오면 몇개씩 학원에 가야한다. 학원에서도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공부보다 더한 것이 학원 공부다. 게다가 피아노, 바이올린, 발레, 태권도, 검도, 웅변 등도 배워야 한다. 집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흙땅을 밟을 수 있는 곳은 손바닥만한 놀이터 뿐이고, 그나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도시 어디에도 없다. 먹을 것은 늘 인스턴트에 패스트푸드들 뿐이고, 체격은 크지만 체력은 없는 약골이 대부분이다. 모두들 제각각 학원에 가느라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니 남는 시간에는 혼자 집에서 티비를 보거나 컴퓨터 오락을 할 뿐이다. 이렇게 어린이를 나쁜 방향으로 몰아넣는 사회가 또 있을까 싶다.
 
제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어서, 이 땅에 사는 어린이들이 좀 더 살 만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2008/05/05 - [가보지 못한 길/책장속에서 길을 잃다] - 있는 그대로 우리 사회 들려주기



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