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0.03.04 아이가 다쳤다. (8)
  2. 2008.12.24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과 산타 (4)
  3. 2008.11.19 아이의 남자친구 (8)
  4. 2008.10.02 어린이집 원장의 황당한 협박 (6)
  5. 2008.07.07 외톨이

2월 중순쯤 어린이집에서 '작은 음악회'를 한다고 1월부터 아이에게 열심히 연습을 시켰다. 그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도 2월에 그런 행사를 했었다. 공식적인 제목은 기억안나지만, 암튼 소위 말하는 '재롱잔치'를 했던 것이다. 시민회관 중강당쯤 되는 제법 그럴듯한 장소에 번쩍이는 무대의상을 입은 조그만 아이들이 유행하는 대중음악에 맞춰 춤추는 행사였다. 아이가 그 큰 무대에서 열심히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지만, 그날만큼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그냥 아이의 예쁜 모습을 눈에 고이 담아놓으려 노력했다.

 

그새 1년이 지나고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하는 행사는 좀 달랐다. 여기는 그래도 국악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아이들이 장구나 북을 두드리고, 캐스터네츠나 트라이앵글 등의 간단한 악기들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이 제법 있었다. 그래도 제목만 '작은 음악회'가 아닌 적어도 무늬 정도는 '작은 음악회'라고 생각해 줄만한 행사였다. 그렇지만 좀 짜증이 났던 건,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이 다 영어였다는 것이다. 아니 국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왜 행사의 절반 이상이 다 영어인거냐?

 

영어 자기소개, 영어 연극, 영어 노래 끝도 없이 영어가 이어졌다. 달마다 비싼 돈 주고 시키는 영어특강의 성과를 부모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생각되긴 했지만 참아주기 힘들었다!

 

참 황당한 점들이 여럿 있었는데, 우선 아이들을 엄청 혹사시켰다는 것이다. 대부분 그렇듯이 대충 유행하는 가요 틀어놓고 춤추게 하는 정도라면 아이들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 어른들도 제대로 배우기 어려운 장구나 북, 꽹과리 등을 연습시키려면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제법 힘들었을 것이다.(결국 제대로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냥 연주하는 흉내 정도만 낼 수 밖에 없을텐데) 그런데 행사가 코앞에 닥쳐서야 아이들을 힘들게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진작부터 가르쳤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러면서 무슨 국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끝마다 강조하는지 이해못할 일이다.

 

게다가 행사가 너무 길었다.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야 하는 횟수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아이들이 그 많은 프로그램들을 다 연습하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이 틀림없다. 행사 일주일전부터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힘들다고 했다. 집에 와서 엄청 짜증을 냈다. 행사도 중요하지만 그 행사가 어른들을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그렇게 혹사시킨게 아닌가. 아이들을 위한 행사였다면, 아이가 조금 못한다 하더라도 뭐가 문제가 되느냔 말이다.

 

행사 당일은 금요일 저녁이었다. 6시 반까지 오라고 했다. 일터의 퇴근시간은 6시이지만, 내가 평균적으로 일을 마치는 시간은 7시쯤이다. 6시 땡 하자마자 출발해도 6시 반까지는 못가는 거리다. 아내가 조금 일찍 마쳐서 먼저 가기로 하고, 나는 늦게 도착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서둘러 오느라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빈속에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배가 고팠지만 근처에 뭐 먹을 건 아무것도 없었고, 아이들을 보면서 그냥 참기로 했다.

 

행사 진행은 매끄럽지 못했다. 프로그램 마다 지체되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 프로그램은 지루했다. 아이들은 긴장해서 머뭇거렸고, 선생님들은 어떻게든 준비한 걸 시키려고 계속 아이들을 다그쳤다.

 

6시 반에 시작했다는 행사가 10시 반이 되어서야 끝났다. 우리집 꼬맹이 녀석은 무대에서 계속 엄마와 아빠를 쳐다보며 딴 청을 부렸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해도 모자랄판에 계속 딴짓을 하느라 흐름을 자꾸만 놓쳤다. 아빠를 닮아서 반항아 기질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행사 자체가 지겨워서 그런지 오히려 그런 녀석이 더 맘에 들었다.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무대에서 우루루 쏟아져 내려오는데, 선생님들은 제대로 통제도 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누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정말 여기 선생님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여기 계속 보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 꼬맹이를 찾아서 번쩍 안았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아이의 칭찬을 해주고 준비해온 꽃 한 송이(아내의 주문에 의해)를 건넸다. 그런데 얼굴이 좀 이상했다. 코 아래 인중 근처에 긁힌 흔적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입술도 퉁퉁 부었다.

 

왜 다쳤는지 물어보니, 아이가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어린이집에서 '작은 음악회' 행사장으로 오다가 넘어졌다는 것이다. 언덕을 하나 넘어오는 길이었는데, 바로 이삼일 전쯤에 눈이 와서 좁은 골목길 양 쪽은 다 얼음이 쌓여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맨 앞에서 먼저 가고, 아이들이 손잡고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아마도 우리 아이가 맨 뒤쪽에 있었나 보다. 뒤에서 차가 오는 바람에 아이가 놀라서 비켜서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졌고, 얼굴을 다친 것이다.

 

아이를 좀 더 밝은 곳으로 데려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콧잔등 아래쪽으로 긁힌 상처가 여러개 있고, 입술은 퉁퉁 부은 데다가, 피가 말라 붙어 있었다. 입을 벌려서 이빨을 보니 앞니 윗 잇몸에 피가 맺혀 있었다. 이빨이 살짝 흔들렸고, 내가 이빨에 손을 대자마자 아이가 아프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아이가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몇 시간을 놔둔 건가? 게다가 다친 아이를 무대에 올려서 춤추고, 노래하게 시킨 건가? 선생님이란 인간들이 정신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서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는 와중에 원장선생님이 보이길래 아이가 다친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는지,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원장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아이가 다친 줄 몰랐다고 하고는 담임선생님을 찾으러 갔다.

 

아내가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나서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아이가 차를 피하려다 넘어졌는데, 별로 심하게 다친 것 같지 않았고, 아이도 안 아프다고 해서 그냥 그대로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한다. 아니 애가 이빨이 흔들거리고, 잇몸에 피가 맺혔는데, 입술이 터져서 퉁퉁 부었는데, 그게 별로 심하게 안 다친거라면, 얼마나 다쳐야 심하게 다친건가?

 

그리고 어쨌든 아이가 다쳤다면 부모에게 먼저 알려야 하는데, 왜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10시 반이 넘어서 행사가 끝난 다음에야 아이가 다쳤다는 것을 발견하게 만들었나? 이래놓고 안심하게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겠나?

 

나는 화를 참으려 애쓰면서 담임선생님에게 왜 미리 연락을 안했는지를 따졌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도 없이 자꾸만 말을 돌리면서, 아이가 스스로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는 말을 강조하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더 말해봐야 화만 더 키울 것 같아서 포기하고 돌아섰다. 사과는 커녕 뉘우치는 표정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원장선생님은 말로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표정으로는 껄끄러운 부모를 어떻게든 달래보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 병원비를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길래. 지금 이 밤중에 어느 병원을 가겠냐? 행사도 중요하지만 애가 다쳤으면 부모에게 연락하고 병원을 갔어야 할 게 아닌가 따지니 뭐라고 중얼거리며 몸을 돌린다.

 

아이 손을 붙잡고 집으로 향하는데, 자꾸만 한숨이 나왔다. 골목길이 얼어있어서 아이는 내 손을 꼭 붙잡고 천천히 걸었다. 집에 들어오니 11시가 넘었다. 저녁을 못 먹어서 배가 엄청 고플텐데, 입맛은 전혀 없었다.

 

다음날 원장선생님은 전화로 아이의 상태를 묻고,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끝까지(3월이 되어 아이가 다른 반으로 올라갈때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아이는 여러차례 치과를 다녀왔다. 엑스레이 사진도 두 번이나 찍었다. 앞니 두 개가 흔들리고, 신경이 손상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신경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또 여러차례 병원을 가야한다. 의사 말로는 일단 치료를 하는데 까지 해보겠는데, 완치가 될지 어떨지는 알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얼버무리듯이 하는 말이 영구치가 아니라 유치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고, 새 이빨이 나기 전까지 별 도리가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

 

사실 최종 진단이 나오기까지 약 10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큰 이상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별로 크게 다친 게 아니라면,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신경이 다쳤다고 하니 화를 참기가 힘들다. 왜 이렇게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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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은빛
지난 주에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해서 보내달라고 안내장을 보내왔다. 뭐야? 선물을 안하는 집도 있을텐데(아닌가? 모든 집에서 아이 선물을 다 준비하려나?) 일괄적으로 포장해서 보내달라니...... 아내가 지난 주에 크리스마스를 두고 내 눈치를 좀 살폈다. 난 종교가 없고 그래서 크리스마스 따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코카콜라의 상징 산타는 무척 싫어하며 그래서 선물따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이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라 그냥 올 한해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연말 선물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무조건 선물을 보내라니. 이런 상황에서 내 고집만 부리면서 우린 선물 안한다고 밀어부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선물을 받는데, 자기만 선물이 없으면 아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겠냐고 아내가 지적했다. 어쩔수 없이 선물을 하기로 했다.

아내는 내게 선물 목록을 얘기하며 같이 고르자고 했는데, 난 어린이집의 행태에 좀 화가나서 선물을 고르며 즐거워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아내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분명히 어린이집에서 일괄적으로 보내는 선물이 있을 것이다. 그냥 그것만 보내면 될 일이지 왜 굳이 집에서도 선물을 포장해서 보내달라고 하냔 말이다. 게다가 분명히 산타 복장을 한 사람이 선물 나눠줄텐데, 아이들에게 그런 상업주의의 환상을 심어주는 것도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따진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괜히 서로 감정만 상하고 말 일이기에 그냥 넘어가야 했다. 그런데 이번주에 다시 안내문을 보냈다. 오늘(24일) 저녁에 동네에 있는 공원에서 산타가 선물을 나눠주고 헤어질 예정인데, 그 시간이 괜찮은 부모님들은 동의서를 보내주시면 그때 산타를 만날 수 있고, 만약 시간이 안되면 그냥 어린이집에서 선물을 주고 산타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산타를 안 만나도 된다니 잘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굳이 산타를 만나야 된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산타에게 선물 받으며 즐거워할텐데, 우리 아이만 거기서 빠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더 나가면 말다툼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아내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이미 선물을 보낼 때부터 내 의지는 꺾여 버렸기 때문에 달라질 건 없었다.

나는 어릴때부터 산타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주 어릴때부터 우리가 잠든 사이에 머리맡에 선물을 놓아두는 사람이 아빠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땐 단칸방에 살 때여서 예민한 성격인 나는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커서 산타라는 존재의 본질을 알게 되면서 그런 속임수에 속지 않았던 스스로를 다행으로 여겼다. 산타가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상처받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마치 산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이 알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구는 사람들의 태도를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어떤 의미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렇게 상업주의에 물든 휴일따위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내 아이에게 꼭 선물을 줘야하는 날이니까 의무적으로 준비해야하는 선물따위 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얘기하면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 당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Posted by 감은빛

아이는 지금까지 두 명의 남자친구를 만들었다. 첫 남자친구는 아이의 첫번째 어린이집에서 만났다. 같은반(아이들은 나이별로 반을 나눈다. 그러니 같은 나이라는 소리다.)인 남자아이중에 제일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둘은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날부터 엄청 친해져서는 아침에 아이를 데려가면 남자아이가 뛰쳐나와서 서로 반겨주고, 저녁에 데리러갈때까지 꼭 붙어있었다. 그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이나 아이들 사이에서도 거의 공식커플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아이가 제 고모의 결혼식에 한번 다녀온 다음부터는 틈만나면 머리에 손수건을 덮어쓰고는 '딴딴따단 딴딴따단 ~~'하고 둘이서 결혼식 흉내를 내곤 했다고 선생님들은 전했다. 그렇게 1년넘게 친하게 지내다가 그 남자아이를 비롯해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모두 그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상황이 벌어졌다.(도중에 어린이집 원장이 바뀌면서 선생님들이 자주 교체되고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두 어린이집을 옮겨버렸다!)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던 탓에 우리 아이만 혼자서 한 달을 더 다녔다. 친구도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동생들이랑 함께 지내면서 한 달을 보냈다. 그 한 달동안 아이엄마랑 나랑 열심히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다녔다.

공식커플이었던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잠시 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새로 옮겨간 어린이집 원장이 알고보니 교육자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이 카테고리 아랫쪽의 글들을 보면 이전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이 원장과는 아직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못했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자신이 잘못한 결과에 대해서는 안면몰수하고, 오히려 우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무척 화가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원장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인간이 덜되어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데, 그 나이가 되도록(나이가 많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가정의 엄마이고, 어린이집의 원장을 할 정도의 나이니까 하는 소리다!) 인간이 될 기회를 못 가졌다는 사실에 인간적 연민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원장보다는 그 밑에 있는 선생들이, 선생들보다는 아이를 맡기고 있는 부모들이 더 불쌍하다! 무엇보다 가장 불쌍한 건 그 인간이 덜된 원장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아이를 볼모로 붙잡고 부모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협박하는 원장 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야기가 잠시 새버렸는데, 암튼 그렇게 헤어져 있던 두 아이는 세 달 뒤에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리 아이가 그 남자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옮겨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오랫만에 만난 두 아이는 함께 지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반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이가 처음으로 다녔던 어린이집과 달리 여기는 규모가 굉장히 큰 곳이어서 같은 나이인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반이 여러개로 나뉘어 있었고 먼저 들어온 남자아이와 뒤에 들어온 우리아이는 다른반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둘이 예전 어린이집에서 공식커플이었다는 사실이 여기 어린이집에도 알려져 있었다.

내가 여기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처음으로 데려간 날 아침, 아이는 낯선 방(교실)과 낯선 선생님들 그리고 낯선 친구들에 둘러쌓여 울먹이고 있었다. 나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복도에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옆반 선생님이 그 남자아이를 데려왔다. 우리 아이는 아는 얼굴을 만나자(그것도 늘 붙어다녔고, 딴딴따단도 수십번 했던 남자친구가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울음을 그치고 다가가서 껴안았다. 마치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랫만에 친했던 친구를 만났으니 반가울듯한데 그저그런 표정이었다. 우리 아이가 자꾸만 그 남자아이에게 다가가려하고 껴안으려 하는데 반해 그 남자아이는 뻣뻣하게 서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그 아이를 데려온 옆반 선생님이 작은 목소리로(그러나 복도까지 다 들리는 목소리로) 요새 같은 반의 어느 여자아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지지말라고 응원을 해줬다. 기필코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고 선생님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린이집을 나왔다.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서 두 달째 되는 요즘 우리 아이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들에 의하면 아이랑 같은 반에 예쁘장하게 생긴 어느 남자 아이가 있는데, 우리 아이가 요즘 그 남자아이랑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 남자아이 이름을 대고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좋아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새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안 종종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아이의 이름을 대면서 요즘 자주 만나냐고 물었는데, 못 본다는 대답이 계속 돌아왔다. 아이는 어느새 옛 사랑을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선 것이다! 며칠 전에는 저녁에 아이를 데리러갔더니 원감님이 아이를 데리고 계셨다. 원감님이 나를 붙들고는 '아버님 어떡해요. 이젠 ㅇㅇ(옛사랑)은 안좋아하고 ㅁㅁ(새로운 사랑)만 좋아한대요. 제가 순서를 바꿔가면서 열번도 넘게 물어봤더니 계속 ㅁㅁ만 좋아한다고 하네요.'라며 다소 호들갑스럽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아이에게 남자친구랑 엄마랑 아빠중에 누가 제일 좋은지 물어봤다. 아이는 남자친구가 제일 좋고, 그다음으로 엄마가 좋고, 그 다음에 아빠가 좋단다. 내가 제일 꼴찌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아빠보다 남자친구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서 조금은 서운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감은빛

지난 8월에 아이의 어린이 집을 새로운 곳으로 옮겼다. 옮긴 이유는 예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아이와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모두 그만두고 우리 아이 한명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 어린이집은 올해로 넘어오면서 원장이 바뀌고(작년 원장은 더 큰 어린이집 원장으로 가고, 주임이던 딸이 원장자리를 물려받음) 선생님들이 바뀐 이후에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대거 그만두게 되었고 결국 아이의 반에서 혼자 남게 되었다.

새로운 어린이 집을 찾아보면서 나는 먹거리 문제를 가장 예민하게 따져보았다. 마침 아내가 집 근처 생협에서 그생협을 통해 찬거리를 주문하는 어린이집 명단을 구할 수 있었다. 몇몇 어린이집들은 너무 먼 곳에 있어서 아이를 보낼수 없었고, 한 곳이 그나마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 곳이 바로 지금 아이를 보내고 있는 어린이집이다. 아내는 집에서 아주 가까운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았는데, 객관적인 조건은 아내가 알아본 곳이 더 좋아보였다. 그래도 나는 생협에서 가끔이라도 찬거리를 주문하는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싶어서 결국 그곳으로 결정했다.

새로운 어린이집은 그 전에 보냈던 곳과는 달리 규모가 큰 곳이었다. 아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선생님이 특별히 더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예전 어린이집이 규정된 원아 수에 비해 선생님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규모가 큰 만큼 아이에게 더 잘 대해주거나 더 체계적인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냥 보기에도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어린이집 운영이 이전에 보냈던 곳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어쩔수 없으니 큰 문제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더이상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아이도 우리도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위한 기간을 갖고 있었다. 특히 아이로서는 아직 어린 나이에 전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들, 동생들, 언니들 그리고 선생님들까지 만나서 나름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는 듯 했다. 우리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이건 아이가 스스로 부닥쳐야 할 문제라 아이의 잦은 짜증을 받아주고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에 대한 이야기들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얘기해주는 등의 것들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침에 보내고 저녁에 데려오면 부모로서는 아이가 낮에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다행히 좀 친절하고 성의있는 담임선생님을 만난다면 아침, 저녁으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보였다. 대신 날적이(수첩)에 그날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여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데, 이 날적이의 기록도 여기는 무척 성의없게 대충 적어서 보내왔다. 예전 어린이집에서는 낮잠잔 시간도 꼬박꼬박 기록하고 식사때 무얼 잘 먹었는지 무얼 잘 안먹으려 하는지 등도 자주 적어주고 대변을 보면 그 시간과 대변의 상태도 상세히 기록해줬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들을 하나도 해주지 않았다. 정말 건성으로 큰 틀에서 그날 무슨 일을 했다는 정도로만 적혀있었다.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저런 섭섭한 부분이나 조금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처음에 마음먹었듯이 큰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번 주 월요일에 아이의 수첩이 돌아오지 않았다. 수첩이나 혹은 머리핀이나 모자 등의 물건들이 실수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다음날에는 줄거라 생각했다. 화요일에도 또 수첩이 없었다. 다음날 보낼 때는 꼭 수첩을 찾아달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요일 저녁에 아이와 밥을 먹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이의 뺨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손톱 자국처럼 생긴 상처였다. 아이에게 물었더니 '혀누'라는 친구가 얼굴을 꼬집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그냥 '혀누'가 가만히 있는데 꼬집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작은 상처라서 나중에 씻기고 약을 발라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혀누'라는 친구가 어떤지가 걱정되었다. 우리 아이가 그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수첩은 돌아오지 않아서 그런 상황을 알 수가 없었고, 저녁에 데리러 갔을 때 선생님도 그런 언급이 아예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알았다면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약을 발라주었을텐데, 약을 바른 흔적이 전혀 없는 걸 보니 분명히 상처가 났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상처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이런 작은 상처는 얼마든지 날 수 있다! 이런 걸로 어린이집에 따지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상처가 났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데려갈 때 얘기하거나 메모지에 적어서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참 밥을 먹다가 아이가 '쉬'가 마렵다고 해서 화장실에 데려갔는데, 옷을 내리는 데, 팬티랑 바지가 조금씩 젖어있었다. 아이에게 지금 못 참고 쉬를 싼거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그럼 언제 옷에 쉬를 한거냐고 물었더니 어린이집에서 했다고 말한다. 만져보니 바지는 젖었다가 조금 마른 상태이고 팬티는 젖은 상태였는데, 옷에 싼 쉬의 양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왜 선생님이 옷을 안 갈아입혀줬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은 화장실에 따라오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에게 그러면 옷이 젖었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옷을 갈아입혀 달라고 말해야 한다고 아이에게 알려줬다.

여름과 달라서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날이 제법 쌀쌀하다. 젖은 옷을 입고 다니다가 자칫 감기에 걸리면 큰일이다. 예전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내보낼 때 꼭 옷차림을 꼼꼼히 점검하고 보내는 모습을 매일 봤었다. 지금은 데리러 갔을 때 놀고있는 아이를 불러서 그냥 내보낸다. 아이가 놀던 옷차림을 한번 살펴보지도 않는다. 그러니 젖은 옷을 그냥 입고 나와도 몰랐던 것이다.

상처가 난 사실을 몰랐던 것과 젖은 옷을 입혀서 보내고도 몰랐던 것, 이 두가지 사실을 알게되니 좀 기분이 나빠졌다. 이건 그냥 넘어갈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어서 전화를 걸기로 했다. 그 시간에는 어린이집에는 시간연장 아이들을 담당하는 선생님 한 분만 빼고는 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 연락처는 따로 알지 못한다. 그리고 상황상 원장에게 전화하는 게 좋다고 판단되어 전화를 걸었다. 원장은 어딘가 시끄러운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나는 일단 인사말을 전하고 조심스레 오늘 저녁에 알게된 사실들을 알려주면서 어린이집에서 이 두가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하고 물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꼭 알려달라고 했다. 원장은 조금 기분 나쁜 목소리로 사과 한마디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평소와 달리(평소 아침에는 거의 내가 아이를 데려다준다.) 아내가 아이를 데려다 주러 갔는데 원장과 만났단다. 원장이 아내를 붙잡고 아버님이 너무 자주 불평을 하시면 곤란하다는 식으로 말을 했단다. 그러면 아버님이 무서워서 선생들이 아이에게 아무것도 안시키고 그냥 어디 붙들어놓고 꼼짝도 못하게 하기를 원하냐는 식으로 말을 했단다. 아내는 너무 갑작스레 당한 일이라 원장이 상식이하의 언행을 했음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빠져나오려고만 했단다. 원장은 한사코 아내를 붙잡고 잘 모르시나본데 아이의 교육상 그런 식이면 곤란하다느니, 어머님께서 아버님을 좀 말려달라느니 하는 말들을 더 했단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당연히 화가 났다. 아니 내가 언제 불평을 했다고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인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를 붙들어 꼼짝도 못하게 하기를 바라냐고 했다는 데, 이건 완전히 아이를 볼모로 붙잡고 협박하는 게 아닌가? 원장이 아내에게 여러차례 어머님이 아버님께 말씀드려 달라고 했지만 아내는 끝내 그 부탁을 거절하고 원장님이 교육문제의 전문가로서 아이아빠와 직접 얘기하는게 좋겠다고 말하고 빠져나왔다고 한다. 내가 어제 전화로 꼭 알려달라고 하기도 했으니 아마 그날 중으로 전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오후 늦게 전화가 왔다. 원장은 실제로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 그 말투가 이런 하찮은 일들로 불평하지 말아달라는 말투였다. 사과는 커녕 오히려 그 쪽에서 화를 내는 듯한 모양새였다. 나는 일단 상황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고, 아이랑 다퉜다는 그 '혀누'(우리 아이보다 더 어린 아이라고 했다.)가 어떤지부터 물었다. 혹시 우리 아이가 그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는지 물었더니 원장은 거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고 그냥 괜찮다고만 얼버무렸다. 그러고는 '아버님 안야가 고집이 센 편이라는 건 아시죠?' 라고 묻는다. 우리 아이니까 당연히 잘 알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래서 지기 싫어하는 편이라 어린 애기랑 다툼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 말의 뉘앙스도 상당히 거슬렸지만 일단 넘어갔다. 바지와 팬티가 젖었는데 안 갈아입힌 부분에 대해서도 선생님이 그 많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일이 화장실에 따라갈 수 없고 옷이 젖었는지 어떤지 다 만져볼 수 없다고 변명만 늘어놓았다. 나는 그런 상황정도는 다 알고 있다고 말하고 부모가 데리러 오면 보내기 직전에 한번 옷차림을 살펴봐주면 된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지금도 조금 쌀쌀하지만 다행히 별 일은 없었는데, 만에하나 겨울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이는 금방 감기에 걸렸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원장은 아무 대꾸도 없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담임선생님도 다른 선생님들도 안야를 다른 아이보다 더 신경써서 잘 보살피고 있는데, 아버님께서 예전에 티비를 보여주는 문제에 대해서 수첩에 적는 등 민감하게 하시면 선생님들이 힘들다고 말한다. 원장이 스스로 그 얘기를 꺼내니 나로서는 더 어이가 없었는데, 처음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갔던 날, 아이가 주로 생활하는 교실을 보았는데 한쪽 구석에 티비가 놓여있었다. 나는 티비를 보여주냐고 물었고 원장은 영어특강(돈내고 받는 수업인데 우리 아이는 받지 않는다.)을 할 때 가끔 사용하고 평소에는 절대 안 보여준다고 불시에 찾아와서 검사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에 데리러 갔는데, 밖에서 듣기에도 티비 소리가 들렸고, 아이가 나오면서 지금 티비 보고 있으니까 다 보고 가면 안되냐고 물었다. 옆에서 선생님이 티비는 집에가서 보고 지금 얼른 가자고 타일렀다. 그래서 이상하게 여긴 내가 수첩에 티비를 보여주냐고 물었고, 보여주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수첩에 아이가 티비를 봤다는 말을 했고, 나도 그 앞에 서서 티비 소리를 들었다고 했더니, 저녁에 아이가 생활하는 1층 교실에는 티비가 없으며 가끔 컴퓨터로 동요를 보여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했다. 그런데 그게 민감하게 불평하는 건가? 아니 처음부터 티비를 절대 안보여준다고 불시에 검사해도 좋다는 말을 한 게 누군데 이제와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건가?

그렇게 얘길 했더니 원장은 할말이 없었는지 또 한번 잠시 침묵하더니 어쨌든 자신과 선생님들이 안야를 잘 보고 있으니까 안심하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아직까지 자신에 잘못들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오전에 아내에게 전해들은 말을 하면서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언행이었으니 설명을 해보라고 했다. 원장은 부모중에는 그런 부모들도 있다고, 아이가 놀이터에서 노는 걸 싫어하고 흙 만지는걸 싫어하는 부모도 있다고, 그렇게 과잉 보호를 하길 원하는 부모가 생각나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언제 한번이라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 지 물었다. 그랬더니 대답대신 '호호호'하고 웃음이 돌아왔다. 그래서 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갖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느냐 물었더니 아버님의 태도가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랬다고 답한다. 내가 다시한번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절대 없고 오히려 나는 우리 아이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기를 바란다고 했더니 이번에도 '호호호' 웃으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

통화가 무척 길어져서 나도 원장도 좀 짜증이 났다. 나는 끝내 원장이 사과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대신 내가 단 한번도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불평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원장은 이번에도 할말이 없는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더이상 통화를 해봐야 더 나올 것도 없고해서, 대충 전화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원장도 일단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은 다 한 모양인지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나는 정말 이 어처구니 없는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원장에게 서로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으니 앞으로 좀 더 잘 해보자고 예의상 말했다.

처음에 전화받을 때부터 아이에게 소홀했던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또 아침에 있었던 부당한 언행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이 인간에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을 옮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어린이집을 바꾼다는게 아이에게는 무척 힘든 일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인간이 되지 못한 원장 밑에 아이를 맡긴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처음에 여기를 보내려고 했을 때 좀 더 자세히 잘 알아보고 보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가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나름 확실히 알아봤다고 생각했다. 원장이 저렇게 인간이 덜 된 X(차마 욕설을 쓰고 싶지 않아서....)일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지금 아내도 나도 한창 일 때문에 바쁘다. 한 서너달 전부터 우리는 서로 일주일에 이틀이나 삼일씩 교대로 저녁에 아이를 돌보고 나머지 한 명은 밤 늦게까지 일하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일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시기에 어린이집 문제가 불거져 나오니 무척 화가 난다. 이제 다시 또 새로운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 얼마나 시간을 뺏길지, 얼마나 힘들지, 아이가 또 적응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을지 등등 걱정이된다.

일단 지금 어린이집에서 끝까지 아무런 사과가 없고 다시 한번 또 아이를 소홀히 돌보아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만들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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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 [삶의 흔적속으로/안야와 함께] - 원장 협박 사건에 대해 아내가 쓴 글


Posted by 감은빛

외톨이

아이랑 나랑 2008.07.07 00:22
바쁘게 지내던 와중에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그만두고 아이 혼자만 남았다는 얘길 들은 것이다. 이 어린이집은 영유아 전담 어린이집으로 발도르프 교육 방침에 따라 운영되는 곳이다. 아이를 보낸지 대략 1년이 조금 넘었다. 작년에 처음 보낼때만해도 여성가족부 인증 어린이집이었고, 시간연장 보육도 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올해가 시작되면서 원장이 바뀌었다. 작년 원장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작년에 주임이었던 선생이 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작년에 있던 모든 선생님이 다 그만두고 새로운 선생들이 왔다. 새 원장은 작년에 주임일때부터 썩 맘에 들지 않는 말투와 행동으로 이미 대부분의 부모들의 눈 밖에 나 있던 사람이라 원장이 바뀌면서 그만두는 아이들이 많았다. 게다가 원래 아이들을 무척 잘 보살펴주던 각 반 담임들이 모두 그만두면서 부모들은 어린이집을 옮기는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원장이 바뀌면서 여성가족부 인증이 취소되고 시간연장 보육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부모들의 일이 늦게 끝나서 어쩔 수 없이 저녁 9시까지 아이들을 맡겨왔던 부모들은 모두 다른 어린이집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이와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여러명 그만두게 되었다. 우리 부부도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려고 생각했다가 그래도 여기가 발도르프 교육철학에 따라 운영되고, 음식 재료를 고를 때도 비교적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이라는 점 때문에 계속 보내기로 했다. 원장이 바뀌고 서너달이 지나는 동안 선생들은 정원이 다 차지 않았고 어떤 반의 선생들은 계속 바뀌어서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리고 작년에 결혼했던 원장이 날이 갈수록 배가 나와서 임신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임신이었고, 어느날부터 어린이집 운영에 신경을 많이 못쓰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작년에 비해 불안하거나 불편하거나 맘에 안드는 점들이 계속 보이고 있었는데, 원장이 임신하고 신경을 덜 쓰게 되자 우리는 많은 불만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아이들이 줄어든 후 빈 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작년의 경우 늘 정원이 꽉 차있었으며, 어떤 때에는 미리 예약해놓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계속 정원에서 한참 모자라는 숫자로 지내왔으며, 최근에는 그 수가 더 줄어들었다.

그래도 아이랑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어서 쉽게 어린이집을 바꾸지 못하고 그냥 계속 보내고 있었다. 최근에는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게 지내느라 신경을 못쓰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를 포함하여 4명이던 같은 반 친구들이 6월 말일부로 모두 그만 둔 것이다. 그 사실을 7월이 시작된 다음에 아이를 낳고 퇴원한 원장이 전화로 아이 엄마에게 알려주었단다.

그래서 현재 아이는 한 살 어린 아이들의 반에 포함되어 친구가 하나도 없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것이다. 원래 아주 친하게 지내던 아이가 한명 있었는데, 그 아이가 보고싶다는 말을 가끔 한다. 오늘 아이 엄마가 우연히 동네에서 그 아이의 엄마와 만났는데, 그 아이도 우리 아이가 보고싶다는 말을 가끔 한다고 전했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한꺼번에 모두 그만 둔 이유는 하나다. 원장을 포함한 선생들이 너무 아이에게 소홀하며 전반적으로 모든 상황이 마음에 안들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도 그런 점에 대해서 여러번 생각해보곤 했었다. 그래도 일단 그냥 맡기기로 했는데, 다른 부모들은 도저히 더 참을 수가 없었나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 그만두고 우리 아이만 남아서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최대한 빨리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아이 엄마도 나도 지금 한창 바쁜 때라 시간내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주위에 괜찮은 어린이집이 어딘지 정보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암튼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힌 기분이다. 그 원장이란 사람 늘 마음에 안들어도 그냥 이해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용서가 안된다. 다른 아이들이 그만둔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줬어야 하지 않나? 혼자 남아버린 아이가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지 어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안그래도 가뜩이나 기분이 안좋고 피곤하고 바쁜 때인데, 이런 일까지 생겨서 무척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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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감은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