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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3 학교 없는 사회를 바란다! (2)
  2. 2008.12.21 교육이 바뀌어야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 (2)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학벌없는 사회 지음 / 메이데이

 

 

녹색평론 발행인인 김종철 선생님이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학교를 교육의 장애물이라고 했다. 근대 교육제도로서 학교가 생기기 이전에는 누구나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갔다. 그러나 학교가 생기면서부터 지배계급이 주입시키고자 하는 것들만 학교에서 강제로 배우게 되었다. 게다가 의무교육 제도는 지배계급의 권력을 세습하는 가장 뛰어난 도구였다. 대다수는 학교를 나오고도 경쟁에서 뒤쳐져 낙오되고, 극소수의 선택받은 학생들만 살아남아 인정받는다. 일리치의 표현에 의하면 ’극소수가 따지만, 대다수는 잃게 되어 있는 복권을 강제로 구입하는 것‘이 바로 학교를 통한 의무교육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끔찍이도 학교를 싫어했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만 한다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로봇이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는 수학과 과학을 참 못했는데, 성적이 나쁘다고 때리거나, 친구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도 남아서 마저 외우게 시키는 선생님들이 정말 싫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더 수학과 과학을 싫어하게 되었고, 중학교 1학년때 이미 그 두 과목을 다 포기해버렸다.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그 두과목을 진지하게 공부해 본 기억은 없다. 그렇지만,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그 많은 선생님들의 주장과는 달리, 나는 두 과목을 다 포기하고도 무사히 대학에 진학했다.(수학과 과학은 늘 꼴찌이거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였지만)나 중학교도 싫었지만, 가장 싫었던 건 고등학교였다. 선생님들의 일상적인 폭력도 싫었고,(지금 기준으로는 정말 놀랍게도 매일 성폭력 휘두르는 선생님들도 많았다!) 하루종일 갇혀있어야 하는 신세도 싫었지만, 가장 짜증나는 건,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태도였다. 학생들은 늘 등수로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든 괴롭힘을 당했고, 성적이 좋으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런 부당한 방식을 견딜 수 없었다. 하루빨리 간수(선생님들)들이 지키는 감옥(학교)를 벗어나는 것이 꿈이었다. 가끔 탈옥(땡땡이)을 시도했다. 그래도 나는 별로 꾸지람을 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학 진학 가능’ 이라는 딱지가 나에게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제대하고 나서 다시 군대에 돌아가게 되는 꿈을 가끔 꾼다고 한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악몽이다. 나에게 그보다 더한 악몽은 고등학교에 돌아가는 꿈이다. 그만큼 나는 학교를 싫어했다.

 

오늘 한 권의 책을 읽었다. ‘학벌없는사회’가 지은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라는 책이다. ‘학벌없는사회’에서 일하는 여덞명의 필자가 교육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교육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들이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학교에 다니게 되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들이 바로 몇 년만 지나면 학교에 다녀야만 하는 현실이 싫다! 그래서 대안학교를 알아보라고 주변에서 충고를 많이 하는데, 나는 솔직히 대안학교가 현실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거기에 우리 아이들을 보낼만한 경제력이 우리 부부에게는 없다. 보낼 수 없는데 어떻게 대안이 된단 말인가!

 

학교는 변해야 한다. 아니 없어져야 한다. 당장 학교를 없앨 수 없다면, 가장 큰 문제 - 경쟁을 부추기는 ‘학벌’을 없애야 한다. ‘학벌’이 결코 그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학벌’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책들을 부지런히 읽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찾아 시작해야 한다.

 

Posted by 감은빛

민주화 이후의 공동체 교육 상세보기


이제 얼마남지 않은 2008년을 돌아보니, 이 일년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단어는 바로 민주주의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단어였다. 군부독재 시절에도 그랬고, 절차상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계속 그랬다. 그러나 올해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갖는 무게감은 과거 10년(그들의 주장대로 잃어버린 10년이다!)동안과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다.

한동안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것이 너무 짜증나고 싫어서 외면하고 싶었다. 말도 안되는 일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외면하고 싶어도 매일매일 충격적인 소식들이 내 눈과 귀를 통해 전달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말도 안되는 짓들을 저지를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이론서들이 대개 그렇듯 두꺼운 책이다. 빛바랜 사진 같은 표지의 왼쪽에 마치 무늬처럼 글씨들이 쓰여 있다. 맨 위에 쓰인 문장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민주적 공동체 교육'  몇 년동안 나는 환경운동가로 그리고 문화운동가로서 신자유주의와 맞서 싸워왔다. 그런데 싸워왔다는 것은 그냥 내 생각일 뿐이고 애초에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요즘 잘나가는 우석훈 선생의 표현을 빌려서)과 맞서 싸우기에 나와 동료들의 힘은 너무나도 약했다. 우리는 번번히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논쟁하기 좋아하는 이론가들은 늘 단어 하나하나를 두고 이런저런 해석을 덧붙이며 적절하다 적절하지 않다고 말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맞서 싸워온 두 괴물을 '신자유주의'와 '신개발주의'라고 부르겠다. 이 두 괴물과의 싸움은 앞서 얘기한 대로 늘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숱한 패배 속에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저항(운동)은 한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것은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일상 생활속에 뿌리내린 문화적인 것이어야 했다. 문화적으로 달라져야 저 엄청난 두 괴물에게 싸움을 걸어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달라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너무나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것은 교육 현장인 학교에 가보지 않아도 쉽게 느낄 수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이 매일 우리의 눈과 귀로 들어오고 있다. 단순히 현상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도 심각하다. 오직 대학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 그리고 오직 취직만을 위해 목숨을 거는 대학 문화.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오면 대학 입시보다 더 치열한 취업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다. 이것이 우리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교육학을 연구해온 이론가가 외형적 민주화는 이루어졌지만 실질적 민주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를 진단하고 실질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 가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나열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 될 것이지만 짧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1부에서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기조와 한계를 밝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적 공동체 교육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민주적 공동체 학교의 철학과 가치를 생각해보고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공동체의 상호관계를 그려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2부에서는 구체적으로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 가를 다루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 다루어지는 만큼 1부 보다는 좀 더 흥미를 갖고 읽어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민주적 학교(학급)을 만들기 위해 이루어져야 할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태도를 버리고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주적으로 학급을 운영해 나가야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책은 교육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 읽어내기 어려울만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연구자가 쓴 글이라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바로 지금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 사회가 점점 더 어두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교육의 문제를 단순히 학교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사회 구성원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과 그 측근들 그리고 자본의 힘에 사로잡힌 경영자들, 땅을 돈으로 보는 사람들 등은 모두 사람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똑같이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기회가 없었던 이 사회의 구성원들 대다수는 아직 문제를 일으킬만한 힘을 갖지 못해서 그럴 뿐. 그들이 힘을 갖게 된다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교만 달라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바뀌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선생님들이나 교육을 전공하는 연구자들만 이 책을 읽을 일이 아니라 보다 더 폭넓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좀 더 대중적인 글쓰기를 해야 할 필요는 있다!) 만약 이런 바람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면 보다 더 많은 학교 선생님들과 교육학 연구자들이 이 책을 읽고 제발 학교만이라도 바뀌어서 나중에 이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신자유주의'와 '신개발주의'라는 두 괴물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Posted by 감은빛